다음커뮤니케이션이 수장 교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다음의 토론 게시판인 아고라의 정치적 성향 게시글 논란에 이어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사업이 부진에 빠지는 등 경영 위기가 이어지자 석종훈 대표이사(47)가 물러나기로 했다. 다음은 지난해 4분기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과 관련,재무통으로 알려진 최세훈 이사회 의장(42)을 후임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내정했다. 재무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석 대표는 내달 말 임기가 끝나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이사회와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감사위원회,추천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이끄는 대신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날 예정이다.

실적 하향 곡선에 'CEO 교체' 카드

다음은 12일 지난해 실적과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동시에 공시했다. 2002년 다음에 합류한 석 대표는 2006년 4월부터 이재웅 창업자와 공동대표를 맡다가 2007년 9월부터 단독 대표로 다음을 이끌어왔다.

UCC와 블로그,쇼핑 등 NHN의 네이버와 차별화한 서비스에 주력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

다음 관계자는 "석 대표가 오랫동안 고심하다 본인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갑자기 결정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내달 6일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은 지난해 매출 2645억원에 영업이익 387억원,순이익 469억원을 거둬 2007년보다 각각 11.4%,11.5%,210.5%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688억원,영업이익 83억원,당기순손실 21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억원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는 등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무통' 최세훈 체제 소방수 역할 주목

최세훈 대표 내정자는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대표이사 재임시 업계 예상을 뒤엎는 14.5%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면서 흑자로 전환시킨 '재무통'으로 유명하다. 이번 대표 내정은 적자로 돌아선 다음의 재무 및 경영을 최 내정자가 되살리라는 주문인 셈이다. 다음 관계자는 "최 내정자는 30분 현장 출동 보증제,제휴 포인트 보험료 결제 시스템 등 획기적인 마케팅과 재무 관리로 유명한 최고 재무책임자"라며 "다음의 차세대 먹을거리를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업계는 UCC,쇼핑 등에서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낸 다음이 지도 서비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재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의 지도 서비스인 스카이뷰,로드뷰는 네이버,파란,야후코리아,구글코리아에서 서비스하는 지도보다 해상도가 선명해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석종훈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도 서비스가 해상도 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 중"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의미있는 수익화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검색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지도를 훌륭한 수익화 모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