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정부에 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하는 등 완성차업계에 위기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에 이어 GM대우발(發) 2차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러나 정부는 개별 업체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완성차업계의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GM대우,12억5000만달러 모두 인출

GM대우가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등과 맺은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한도) 12억5000만달러(계약환율 적용 1조4000억원)를 모두 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12일 "GM대우가 지난달과 이달 초에 걸쳐 잔여한도 약 5500억원을 추가로 인출했다"며 "정확한 재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GM대우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GM대우는 2002년 GM에 팔릴 당시 산업은행 등 4개 은행과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크레디트 라인 계약을 맺었다. GM대우는 각 은행에서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GM대우가 최근 들어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은 모기업인 GM이 파산 위기에 빠진 게 직접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생산 차량의 90%를 수출하는 GM대우는 GM의 글로벌 판매망에 의존하고 있는데,GM의 판매 네트워크가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연초 노조 집행부와 만난 자리에서 "작년 10월 시작된 자금 압박의 주된 원인은 남미 등의 수출대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금 순환 유동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위기 확산 우려

쌍용차에서 시작된 완성차업계의 공멸(共滅) 위기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쌍용차의 지난달 판매대수는 작년 동기(1644대)보다 82.0% 감소한 9113대,GM대우 판매대수는 9만2609대보다 50.5% 줄어든 4만5842대로 각각 집계됐다. 르노삼성의 판매량 역시 작년 1월 1만2417대에서 지난달 1만1280대로 1년 새 9.2% 감소했다. 르노삼성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자동차업계가 워낙 어렵다는 상황을 감안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우려도 완성차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쌍용차 1차 협력사인 대신산업이 이날 최종 부도 처리된 데 이어,추가로 3~4곳이 도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1~2개의 조달이 차질을 빚어도 완성차 조립이 어려운 시스템이어서 협력업체 부도는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쌍용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는 지난 11일 은행권이 1000억원 정도의 긴급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 · 은행,"별도 지원 어렵다"

정부와 은행권은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에 난색을 표명했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개별 업체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은 뒤 "만약 지원하더라도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하며,회사 차원에서도 자구노력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경부는 쌍용차 지원에 대해서도 "법원의 회생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지원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외국 사례를 들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바라고 있다. GM은 미국 정부로부터 94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고,캐나다 정부로부터도 30억 캐나다달러를 받기로 했다. 독일 GM 계열사 오펠은 18억유로의 조건부 지원을 받기로 했으며,호주 GM 계열사도 작년 말 지원을 받은 상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