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000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설비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지난해보다 평균 29.5%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실제 집행한 투자 규모는 당초 계획에 비해 28.8%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축소하는 이유로 국내 수요 부진(49.5%)을 가장 많이 지적했고 다음은 수출 부진(15.1%), 자금 조달 애로(12.2%),기존 설비 과잉(10.8%)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 측은 "글로벌 불황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얼어붙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섬유 · 의류 · 신발 분야가 48.0%나 줄일 것으로 조사됐으며 조선 및 기자재(-42.4%) 통신 · 방송(-40.8%) 전기전자제품(-29.3%) 1차금속 · 비금속(-27.8%) 조립금속 · 기계 · 정밀기기(-17.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나마 전력 · 가스(-2.2%) 분야만이 예년과 엇비슷한 투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25.8%)보다 중소기업(-31.5%)의 투자 규모 축소폭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투자 환경에 대한 전망도 크게 나빠졌다. 기업들의 71.1%는 올해 투자 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반면 호전될 것으로 본 업체는 4.3%에 그쳤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세계 및 국내경기 침체(81.0%)를 들었고 자금시장 경색(8.3%),금융시장 불안(7.6%) 등도 지목했다.

투자 활성화에 필요한 최우선 정책과제로는 금융지원 확대(39.0%)를 희망했다. 금융시장 안정(16.8%),세제지원 확대(14.0%),재정지출 확대(10.6%),금리 인하(8.7%),규제 완화(6.8%) 등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조차 올해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할 만큼 국내외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한 경제살리기 정책과 함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금융지원 확대,금융시장 안정,세제 지원 등 다양한 투자 진작정책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