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계청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제노포비아(xenophobia · 외국인 혐오증)'를 부추겼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12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은 전날 지난해 10~12월 영국의 실업자 수가 197만명으로 급증해 12년 만에 최고라는 통계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같은 기간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는 17만5000개 늘고,영국 근로자의 일자리는 23만4000개 줄었다는 비교 통계를 발표했다. 이 같은 비교 수치는 예전에도 실업 통계에 포함돼 있었지만 통계청이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결과를 부각시킨 것은 처음이다. 통계청은 '사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전례 없는 자료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국 통계청의 이 같은 행동은 최근 영국 근로자들이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심지어 노조들도 이 비교 수치가 근로자들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정부 관료들은 '영국인 근로자에게 일자리를'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는 고든 브라운 총리를 의도적으로 당황하게 만들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통계청은 통계 발표와 관련해 그동안 여러 차례 "관료들이 정치적 이해를 위해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며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으며,지난해 독립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인 근로자 수백명은 또다시 영국 내 독일 기업 소유 발전소 2곳이 영국인 근로자 대신 스페인과 폴란드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데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제노포비아'현상은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중앙은행(BOE)은 올해 영국의 성장률이 -4~-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빈 킹 BOE 총재는 이르면 다음 달 국채를 직접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