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3년여 만에 2%대를 넘어섰으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36%까지 솟구쳤다. 은행권의 부실채권도 한 분기 만에 9조원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 침체가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로 급격히 옮겨붙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의 1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1.5%로 전년 동기보다 0.58%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6년 2월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다. 올 들어 1월 한 달에만 0.42%포인트 올랐다.

중기대출 연체율이 치솟은 게 주요 원인이다. 1월 말 중기대출 연체율은 2.36%로 1년 전에 비해 1.08%포인트,한 달 전보다 0.6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5년 8월 이후 4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중기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은행들의 연체관리로 잠시 멈칫했지만 올 들어 다시 급등했다.

대기업 연체율도 지난해 내내 0.34% 선에 머물다 올 들어 0.25%포인트 올라 0.59%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가 대기업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보다 0.89% 상승한 2.04%로 2005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왔던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불안한 조짐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7년 말 0.55%에서 작년 말 0.60%로 0.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올 1월 말엔 0.82%로 0.32%포인트 뛰어올랐다.

주택담보대출도 0.66%로 한 달간 0.22%포인트나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기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확대되고 있다"며 "업종별로 관련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체율 상승은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잔액은 작년 12월 말 14조3000억원으로 2007년 말(7조7000억원)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특히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에 생겨난 신규 부실채권만 9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부실채권 비율은 1.11%로 9월 말 대비 0.29%포인트 올랐다. 2006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은행들이 지난해 대손상각(4조4000억원) 담보처분(3조8000억원) 매각(1조6000억원) 등으로 14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지만 부실채권잔액 증가세를 막지는 못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