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에서 파는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ℓ)당 1천500원대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 기세로 올라가면 조만간 `휘발유 값 ℓ당=1천500원대'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을 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9일 현재 리터당 1천474.88원을 기록, 리터당 1천5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전날과 비교해 리터당 2.07원이 오른 것이다.

만약 휘발유 값이 리터당 1천500원대에 이르게 되면,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휘발유 값은 작년 11월 16일 리터당 1천500원대를 마지막으로 찍고 나서 11월 17일 리터당 1천400원대로 내려갔다.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작년 12월 20일에는 리터당 1천200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조금씩 오르더니 지난 1월 3일에는 리터당 1천300원대로 뛰었다.

1월 23일에는 리터당 1천400원대로 상승하며 지금까지 쉼 없이 올랐다.

구체적으로 주간 단위로 봤을 때, 올해 2월 첫째 주(2.2∼2.6)까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6주째 상승했다.

일일 단위로 살펴봐도 상승세는 뚜렷하다.

전국 휘발유 리터당 평균 소비자가격은 3일 1천449.44원에서 4일 1천452.42원, 5일 1천458.61원, 6일 1천466.14원, 7일 1천470.41원, 8일 1천472.81원, 9일 1천474.88원 등으로 계속해서 상승세를 탔다.

휘발유 값이 오르는 것은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조치가 작년 말로 끝나고 올해부터 환원된데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휘발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국제석유제품가격이 상승한 영향 탓이 크다고 정유업계는 설명했다.

국제석유제품 가격은 국내석유제품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정유사들이 정기 점검과 시설보수를 이유로 공장을 잠정 가동중단하면서 공급물량이 줄어든데다, 호주의 휴가시즌과 중국 춘절 등으로 이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수송용 휘발유 수요가 늘면서 휘발유 국제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제휘발유가격이 국제경유가격을 앞지르는 이례적인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휘발유가격은 지난 2일 배럴당 54.77달러로 국제경유가격(53.09달러)보다 배럴당 1달러 이상 높았다.

9일 현재 국제휘발유가격은 배럴당 56.26달러로 국제경유가격 54.47달러와 비교해 배럴당 2달러가량 높은 상태다.

이는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말미암아 산업용 경유 수요가 급증해 국제석유제품 현물시장에서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앞지른 이후 처음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석유제품의 시세가 1∼2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다음 달까지도 오를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