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었던 미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시스코 시스템즈가 9일 4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들어가는 등 갈수록 많은 대기업이 전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규모 자금을 신용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시스코는 이번 회사채 발행에는 10년 만기 채권은 미 국채보다 2%포인트 높은 4.979%에, 30년 만기 채권은 5.916%에 발행을 하고 나섰고,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코의 회사채 발행 금리는 지난해 12월 초 휴렛패커드가 미 국채보다 4.6%포인트 가량 높은 금리로 20억달러의 5년만기 채권을 발행했을 때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금융이기가 심각했던 작년에 비해 신용시장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스코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지난 5주간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에 이은 것으로, 투자자들이 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회사채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시스코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기업 인수와 자사주 매입, 5억달러의 기존 대출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유니레버도 9일 5년만기와 10년만기 회사채 15억달러 어치를 각각 3.65%와 4.80%에 발행해 신용시장의 회복을 알렸다.

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부의 보증을 받지 않는 미국 기업들의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783억달러에 달해 작년 12월의 210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신문은 그러나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 외에 많은 기업은 아직도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해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야 하고 신용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완전히 막혀있는 기업들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