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유통시장의 경쟁을 가로막던 `대못' 대부분이 뽑히면서 소비자의 주요 관심사인 기름 값이 내려갈지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한 석유유통시장 규제개혁 조치가 거의 완료되면서 올해부터 석유유통시장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정유사(수입사)-대리점-주유소(판매소)'로 이어지며 수직계열화해 있는 석유제품시장의 경쟁을 촉발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개혁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지난해 9월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를 폐지했다.

폴사인제는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내걸고 해당 정유사의 석유제품만을 판매하는 제도로, 과점체제로 굳어져 있는 정유사 간 가격경쟁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폴사인제 폐지로 각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게시했어도 혼합판매 사실을 표시하면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팔거나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또 주유소 간 가격경쟁을 이끌어내려고 대형할인점의 주유소 사업 진출을 독려했다.

이에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말 유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경기 용인 구성점에 `국내 첫 대형할인점 주유소'를 개설하며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른 대형할인점과 농협도 뒤질세라 이마트의 뒤를 이어 주유소 사업을 벌이려고 부지를 물색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아울러 주유소와 주유소 간, 또는 대리점과 대리점 간에 서로 석유제품을 수평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거래는 1975년부터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내려가는 수직 거래만 허용돼왔다.

하지만, 이 조치로 주유소나 판매소에서 유통경로와 상관없이 싼 석유제품을 조달해 팔 수 있게 됨에 따라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나아가 주유소가 복수 정유사의 석유제품을 팔 때 상표별로 석유제품을 구분해 저장하도록 하는 의무조항도 폐지했다.

동종 판매업 간 수평 거래와 상표별 구분저장 폐지는 오는 5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각 정유사가 주유소나 대리점에 공급하는 정유사별 석유제품 판매가격도 공개할 계획이다.

정유사별 석유제품 공급가격 경쟁을 자극하려는 목적에서다.

정부는 이밖에 작년 말에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 나서 사후에 정산하는 관행과 전속공급계약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 모든 조치는 석유유통시장의 가격경쟁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유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재의 유가 구조 아래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 값의 구조를 보면, 세금이 60% 안팎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의 중간이윤으로 짜여 있다.

이 가운데 세금은 고정돼 있으며, 정유사 공급가격도 국제석유제품가격과 환율에 연동해 움직이기에 인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휘발유 소비자 가격을 낮추려면 결국은 주유소들이 영업이익을 줄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유소의 마진도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빼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고 주유소 업계는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 정유사 간, 주유소 간, 대리점 간 경쟁을 촉진해도 소비자의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의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