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지난달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작년의 3분의 1 수준인 7%대로 추락했다. 자동차 건설 전자 등 주요 철강 수요산업들이 모조리 침체에 빠진 탓이다. 철강업체는 용광로 불을 끄지 않는 한 생산량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어 수요 감소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판로가 막히면 재고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스코는 활로를 수출에서 찾기로 했다. "가격 불문하고 수출 물량을 잡아라."최근 포스코 영업라인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내수 급감,"이 정도일 줄이야"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10일 "올해 1월 실적을 최근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률이 7.3%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2월과 3월에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 1분기(1~3월) 이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04년 25.5% △2005년 27.3% △2006년 19.4% △2007년 19.4% △2008년 21.3% 등으로 매년 20% 안팎을 유지했다. 철강시황이 악화되기 시작한 작년 4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은 17%에 육박했다. 올 들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쪼그라든 내수를 만회하기 위해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에 슬래브와 열연강판 등 철강 반제품을 공급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포스코의 러브콜을 받은 업체들은 장기 공급에 대한 확답이 없는 한 기껏 뚫어 놓은 기존 해외 거래선을 끊어버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가격조정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는 방안도 부담스럽다. 포스코는 생산량의 70%가량을 국내에 풀기 때문에 내수가격을 떨어 뜨리면 이익 규모가 급감한다. 시장이 '빤해서' 가격을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용광로를 끌 수는 없고…"

남은 카드는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것.포스코가 작년 12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산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20만~30만t 정도의 감산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포스코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세계 1위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1000만t가량을 줄일 계획이고 포스코와 함께 세계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신일본제철과 JFE는 각각 500만t과 400만t씩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들 회사는 이 같은 대대적인 감산을 위해 고로를 멈추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신일본제철은 최근 오이타 지역에 있는 고로 한 개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지바현에 있는 고로 하나도 조만간 세울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생산량을 더 줄이려면 부득이하게 고로의 불을 꺼야 하는데 이 조치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로는 멈췄다가 다시 가동할 수 없다. 한 번 세운 고로의 내벽에는 철광석이 눌러 붙어 폭파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고로의 사용연한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고로 하나를 부수고 새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최대 1조원에 달한다.

◆"수출을 늘리는 수밖에"

국내 철강시장은 최근 몇년간 '수요 초과' 상태였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회사의 물량만으로는 수요를 채울 수 없어 매년 수백만t의 철강제품을 수입에 의존했다. 그래서 포스코는 그동안 수출을 자제해 왔다. 시황이 좋건 나쁘건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을 대략 30% 선에서 유지시켰다. 수출 물량을 늘릴 경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일단 국내 시장이 싸늘하게 죽었고 포스코 입장에서도 내수 시장을 돌볼 여유가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영업라인에 수출 물량을 늘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며 "가격을 낮게 받더라도 주문부터 받아오라는 이례적인 주문도 덧붙여졌다"고 말했다. 고로를 멈추는 것보다는 '박리다매'로 매출 숨통을 트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이다. 수출은 내수와 달리 각 나라,각 업체마다 개별적인 가격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수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며 "최대한 출혈을 줄이려는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