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ABN암로가 홍콩 포시즌 호텔에서 개최한 PB(프라이빗 뱅킹) 고객 초청 투자설명회에는 이례적으로 170명의 자산가들이 몰려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풍수(운세) 대가인 앨리온 요의 재테크 전망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모두 소띠(47세)인데 길조인가요?"(고객),"흉조입니다. 미국 경제를 책임진 '황소 커플'(오바마와 가이트너)은 어려움을 만날 것입니다. 내년 1월까지는 미국에 투자하지 마세요. "(앨리온 요)

홍콩 투자자들이 풍수에 빠졌다. 뱅커들의 분석보다는 풍수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홍콩 최대 출판사인 코스모스북에 따르면 올 들어 풍수 관련 서적의 매출은 작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투자가이드를 제공하는 CLSA 아시아 · 태평양 마켓은 수년 전 없앴던 '풍수지수(인덱스)'를 부활시켜 1200개 기관 5000여명의 펀드매니저들에게 제공하고 나섰다. 유명 풍수가 두 명의 점괘를 통해 주가 향방을 예측하는 지수다. 이 인덱스에 따르면 항셍지수는 오는 8월 바닥을 칠 전망이다.

심지어 일부 펀드매니저들조차 투자종목을 고르기 위해 풍수 전문가를 찾는 경우까지 있다. 이처럼 홍콩에서 풍수가 호황을 맞는 것은 불황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지만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뱅커들이 신뢰를 잃은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수년 전부터 프라이빗 뱅커들의 권고로 해외 투자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이 반토막된 사례가 수두룩하다. 리우 차오 홍콩대 교수는 "금융위기로 전문가들의 전망이 빗나가면서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괘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