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고객만을 공략해 10년간 매출이 16배 급증한 일본 문구업체 '아스쿠루',펀(fun) 경영을 통해 일본 여고생들을 사로잡은 엔터테인먼트형 약국 '마츠모토 기요시'.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장기불황 속에서 기록적인 성장률을 거둔 일본 소매업체들을 다룬 '일본 소매업의 혁신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았다.

'잃어버린 10년' 속에서도 고성장을 구가한 일본 업체들의 성공 DNA는 브랜드(Brand) 재미(Entertainment) 공급망 관리(SCM) 타깃팅(Targeting) 등 이른바 'B.E.S.T'로 요약된다.

대한상의는 이 보고서에서 브랜드 관리를 통해 불황을 이겨낸 기업으로 '패스트 리테일링'을 꼽았다. 이 회사는 경쟁사들이 소모적인 광고나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집중 투자,1998~2007년 사이 10년 동안 매출이 775%나 신장했다.

마츠모토기요시는 웃음 코드로 성공한 케이스.10~20대 젊은 여성들이 편하게 상담하며 쇼핑할 수 있도록 또래의 종업원과 점장을 배치한 게 주효했다.

특히 '영수증에 짝사랑하는 남자 이름을 적어라.점장이 그것을 찢으면 그 남자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여고생들에게 퍼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0년간 매출이 111% 증가했다.

문구업체 아스쿠루의 성공비결은 타겟팅.중소기업에서는 문구가 필요할 때 마다 직원이 직접 문구점에 가 제품을 구입한다는 점에 착안,중소기업에서 필요한 문구류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일괄구매쇼핑' 서비스를 업체 최초로 도입했다.

또 오전 11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까지 배달해 주는 신속 배송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중소 기업 고객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 데 힘입어 무려 1562%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

가구 체인 '니토리'는 공급망 관리에 성공한 업체다. 일본 내 대형물류센터가 담당했던 재고비축 기능을 중국으로 이전해 경비를 줄였다. 세계 270개 회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직수입 시스템을 구축,10년간 438%의 성장을 거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불황을 극복한 소매업체들의 공통점은 제도,관습,상식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며 "차별화된 핵심 역량만이 불황에 살아남는 성공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