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는 대형 가맹점보다 중소형 가맹점에 불리하게 책정돼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책정방식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가 가맹점으로 하여금 카드를 이용한 신용거래를 가능케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므로 시장에 맡겨 두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입해 규제하려는 것은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카드사들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현금서비스 등 금융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본업인 신용판매사업에 주력해 가맹점 수수료가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0%에 달한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를 공정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이 우선 가맹점 수수료를 구성하고 있는 원가를 정확히 산정해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될 수 있도록 유도하되 가급적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는 금융비용,대손비용,매출승인 및 전표수거 대행사 지불비용(Van fee),대금청구비용,송금수수료,관리인건비,전산운영비 및 카드사가 취하는 마진 등으로 구성된다.

먼저 금융비용과 대손비용은 가맹점이 부담해야 할 몫이 아니라 원래 신용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즉 카드사 회원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왜냐하면 현금가격과 카드가격이 동일한 이상 현금결제 대신 카드결제로 거래일로부터 카드대금의 결제일까지 이자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회원이지 가맹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결제일에 회원이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발생하는 대손비용도 회원의 신용위험에 따라 회원이 부담해야지 가맹점이 부담할 몫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산업이 태동할 때부터 카드사들은 회원모집을 위해 금융비용과 대손비용을 편의상 가맹점에 부담시켜 왔으므로 오늘날에도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왕에 정부가 나설 일이라면 수익자부담 원칙에서 현금결제 가격을 카드결제 가격보다 금융 및 대손비용만큼 할인할 수 있도록 하든가 그게 안되면 원가요소의 전부 혹은 일부라도 회원이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조정해 볼 것을 제안한다.

다음에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요소 중 프로세싱 처리비용은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실제 비용을 반영해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가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영세 가맹점들은 소액결제가 많아 이 프로세싱 비용이 대형 가맹점과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전표매입사를 신설하는 것보다는 영세 가맹점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액결제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소액결제를 줄이는 간단한 방법은 일정한 소액 이하의 결제를 불허하거나 카드사용 건당 일정수수료를 회원들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요즘 수천원어치의 물건을 매입하고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소비자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 커다란 비용이 낭비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카드결제 건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회원들은 소액결제를 자제할 것이고 영세 가맹점은 높은 수수료 부담에서 다소나마 자유로워질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카드회사들이 보다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카드사들은 이를 통해 대금청구비용,가맹점관리인건비,가맹점전산운영비,송금수수료 등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로 조세수입이 크게 늘어난 정부도 수혜자인 만큼 영세 가맹점들의 수수료를 낮춰 주라고 호통만 치지 말고 영세 가맹점들이 카드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용카드거래를 장려하는 동시에 가맹점 수수료의 인하효과도 가져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