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섬유바이어들…소량주문 거부가 문제

가격을 감안한 원단분야 경쟁력에서 한국산이 세계 최고 평가를 받고 있는 고가의 이탈리아산에 비해 그리 뒤지지 않는다는 미국 섬유 바이어들의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소량주문을 제대로 받지 않는 행태 때문에 가망성있는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평가는 코트라(KOTRA)가 지난 3∼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안 프리뷰 인 뉴욕' 섬유 전시회에 참가한 미국의 섬유관련 바이어 1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토대로 9일 내놓은 분석 결과에 담긴 내용이다.

한국산과 이탈리아산 여성 드레스용 저지(가볍고 신축성있으면서 두꺼운 메리야스 직물)에 대한 품질 평가에서 '이탈리아산이 우수하다'고 답한 바이어의 비율은 55.7%로 더 많았지만 '한국산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28.5%, '동일하다'는 응답도 8.2%였다.

특히 이탈리아산이 더 우수하다고 답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이탈리아산이 한국산보다 6배 비싸다면 어느 직물을 구입할 것인가'라는 별도의 질문을 던진 결과 이 가운데 43.2%는 한국산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제 미국시장에서 이탈리아산 저지 직물은 야드당 수출가격이 25∼30달러인데 비해 한국산은 3∼5달러선이다.

원단 전문가들의 품질 설문에서도 예상보다 큰 격차가 나지 않았음에도 가격 차이가 이렇게 나는 것은 한국 섬유산업의 고질적 문제점인 브랜드 파워의 부재와 더불어 소량 주문에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 직물업체들의 행태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설문에 응한 바이어들은 "한국 업체들이 소량 주문을 받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단일 품목 수요량이 많지 않은 고급직물은 50야드 정도의 주문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한국 업체들은 1천 야드 미만은 주문을 잘 받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코트라의 장용훈 뉴욕 코리아 비즈니스센터(KBC) 부센터장은 "미국의 바이어들이 한국 직물에서 훨씬 많은 마진을 챙기고 있지만 대량 주문에 따른 재고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려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한국 업체들이 소량주문에 응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뉴욕 전시회에는 미국의 세계적 패션브랜드 랄프 로렌과 캘빈 클라인, 메이시백화점 등의 디자이너, 구매담당자 등 600여명이 참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