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 조선에 이어 해운업계에도 구조조정 회오리가 불가피해졌다. 파크로드의 디폴트 선언에 이어 업계 7위 업체인 삼선로직스마저 부도 위기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해운회사들은 업황에 따라 보유한 선박을 서로 빌려주고 대가를 지급받는 '용선(傭船)'관계로 얽혀있어 몇 군데 업체만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도 연쇄 자금난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해운 업체들의 신용위험 평가에 나서는 등 업계 구조조정을 위한 긴급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 벌크선사 파산에 '불똥'

국내 해운회사들이 잇달아 부도 위기에 몰린 것은 해외 대형 벌크선사들이 잇달아 파산하거나 워크아웃 ·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용선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브리타니아벌크,스위스 아르마다의 싱가포르 법인,중국 크라운랜드 등 대형사들이 지난해 12월 이후 줄줄이 파산하거나 정상적인 자금 집행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업체에 배를 빌려준 국내 해운회사들이 잇달아 유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회사들이 이들 외국사로부터 받지 못한 용선료가 최소 2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해사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삼선로직스를 비롯 4~5개 국내 해운사들이 아르마다 싱가포르 법인 한 곳에만 1억달러 이상을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허현철 삼선로직스 사장은 "한국전력,포스코와 맺은 장기 용선계약 등 수익성 높은 사업부문이 많다"며 "지난달 최대주주가 24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현금흐름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만큼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다시 회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해운업도 옥석 가리겠다"

삼선로직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회사에 선박을 빌려준 업체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비교적 탄탄한 업체로 알려진 삼선로직스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져 채무동결이 이뤄지면 배를 빌려준 업체들은 당장 수천만달러의 부채를 안아야 한다. 국내 M사와 D사 등은 이미 삼선로직스가 빌린 배를 조기 반선함에 따라 적지 않은 용선료를 받지 못해 계좌압류 등에 나섰다. 해운업계는 "7위 업체가 손을 든 마당에 어느 업체도 안전하다고 얘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과 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을 완료한 금융당국은 해운과 자동차 부품 등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리 국민 신한 하나 등 주요 은행들도 50억원 이상 거래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도 평가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당국도 개별 업체에 대한 신속한 신용등급 분류작업을 거친 뒤 지원과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983년 해운업체의 구조조정(해운합리화)을 주도했던 최장현 국토해양부 제2차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정부에서 직접 나설순 없지만 채권단 협의회에서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이심기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