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외국계 대주주인 월센드홀딩스(Wallsend Holdings)가 2년여 만에 한진해운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월센드홀딩스는 이날 장 개시 전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914만주(10.47%,1800억원 규모)를 국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전량 매각했다.

평균 매각가격은 주당 1만9750원으로 전일 종가(2만1600원)보다 8% 이상 낮았다. 월센드는 2006년 10월 한진해운 주식을 평균 2만원대 중반에 투자 목적으로 사들였으나 이번에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떠나는 것이다. 월센드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Zim Line)의 오너인 세미 오퍼가 설립한 투자회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정리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월센드홀딩스가 세계적인 해운업자가 설립한 회사라는 측면에서 향후 해운업황을 정말 안 좋게 본 것이거나,월센드홀딩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손실을 보고서라도 정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한진해운은 월센드의 지분을 인수한 국내 기관 및 외국인들이 단기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내면서 장 초반 6% 이상 빠지다 시장이 급반등한 데 힘입어 0.93% 내린 2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외국계 CLSA창구로 110만주가 넘는 물량이 흘러나왔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지분을 인수한 투자자 중 일부는 중장기적으로 들고 갈 수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시가 대비 할인율만큼의 차익을 챙긴 채 털고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시장에 유통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수급적인 측면에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최근 건화물운임지수(BDI)가 반짝 반등을 하긴 했지만 운임 자체가 추세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헌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선박의 공급 과잉에다 물동량 감소로 인해 건화물과 컨테이너선 운임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수익성 악화 국면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 연구위원도 "주식의 수급 상황을 떠나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해운 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어 한진해운 주가가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며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