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경제위기 탈출 해법은 확장적 재정지출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경제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5일 공개된 서면 답변을 통해 윤 내정자의 정책기조를 알아본다.

◆경제 낙관 벗고 현실 직시

윤 내정자는 "올해 플러스 성장이 쉽지 않다"며 "정부가 세운 당초 성장 목표(3% 안팎)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만수 장관팀이 추진해 온 감세와 재정지출을 동시에 늘린 재정 정책이 적절했다고 판단하면서 추경 편성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윤 내정자는 "실업자 훈련,실업급여,고용유지지원금 등의 추가 증액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에 비해 재정 여건이 건실해 향후 1~2년 정도 적자 재정 편성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윤 내정자는 경기 침체의 충격이 가장 빨리 오는 고용 부진과 관련,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은 시장이 주도

기업 · 금융 구조조정은 시장이 주도해야 한다는 게 윤 내정자의 생각이다.

그가 밝힌 구조조정 3원칙을 보면 첫째,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 시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 원칙'을 유지하되 자구 노력을 감내하는 기업에 대해선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둘째,채권은행이 구조조정을 보다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이와 병행해 자본시장을 활용한 구조조정 방식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셋째,기업 구조조정은 채권금융회사 중심으로 추진해나가면서 정부는 법적 ·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인력 감축 단계적으로

윤 내정자는 공기업의 인력 감축은 자연 감소,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앞으로 3~4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감소되는 인력의 일정 비율은 신규 채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전기 가스 등을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민 기본생활과 직결되면서 요금 안정이 필요한 분야인 경우 별도의 요금 규제 체계를 유지하는 등 요금 안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정책은 우량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금리 부담을 완화하며 은행에 대한 충분한 자본 확충 지원으로 실물부문 지원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투기지역은 해제,대출 규제는 유지

부동산 시장 안정은 궁극적으로 수급 균형을 통해 달성 가능한 것으로 단기적인 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규제 수단보다는 금리 혹은 대출 규제 등 금융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당정이 시기를 검토 중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투기지역 해제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지방 주택에 대한 양도세 한시적 완화 등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가 전 정권의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내세웠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 자체는 손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 확충,금산 분리 완화

그는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한편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통한 보유 외환의 적극적 활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금산 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를 통한 투자 재원의 효율적 활용과 국내 자본의 역차별 시정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사금고화 등 일부에서 제기되는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은행법상 대주주 신용공여 제한 등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보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인식/유창재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