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기업이 뒷걸음치는 불황 속에서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급증하고 역대 최고의 흑자기록을 갈아치운 닌텐도.일본 상장회사 중 이익 기준 1위에 오른 이 회사의 글로벌 히트 상품은 게임기.가정용 게임기 '위(Wii)'는 하루에 10만개 가까이 팔린다. 교토의 허름한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출발해 연 매출 25조원의 초일류 기업이 된 닌텐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온라인 게임은 우리가 잘하는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같이 개발된 크리에이티브한(창의적) 제품은 소니,닌텐도가 앞서가는 게 사실"이라며 "닌텐도 게임기를 우리 초등학생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언급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닌텐도의 비밀》은 닌텐도만의 독특한 사업전략과 게임개발 과정,인재 활용 방식,마케팅 전략 등을 다각도로 해부한다. 2008년 포브스 선정 일본 최고갑부 야마우치 히로시(닌텐도 창립자)의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 노하우도 알려준다.

닌텐도 정신의 핵심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는 것."당신이 길을 걷다가 보는 모든 것의 실상이 겉보기와 다른 것이라면,그러니까 티셔츠와 헐렁한 바지만 걸친 사람이 용맹한 전사라면,또는 텅 빈 듯이 보이는 공간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야마우치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한 명의 진정한 천재'를 원했다. 그는 개발 주역들을 부추기거나 다독이거나 때로는 경멸함으로써 신선한 발상을 자극했다. 모든 결정에는 신중하면서도 과감했고 한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밀고 나갔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을 때만 해도 닌텐도는 그저 화투 제조 회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미래의 승부처가 '오락산업'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가정용 컴퓨터 게임기의 가치를 발견한 그가 끝없는 연구개발 끝에 글로벌 히트상품 '패미컴'을 탄생시킨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이 제품은 초기에 혹평을 받았다.

총격이나 살상,레이싱게임이 대부분이던 게임시장에 '얼간이 고릴라'와 그에 못지않은 '얼간이 주인공'이 등장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 제품은 세계가 '놀라 자빠질' 정도의 성공을 불러왔다. 비결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접목한 역발상이었다. 이 게임을 개발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말한다. "마리오는 순진무구했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방아쇠 같은 것입니다. 어른은 조금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어린이니까요. "

또 하나. 저자의 말처럼 닌텐도가 미국식 경영이념을 좇는 회사였다면 성공의 조짐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애를 써도 뉴욕의 소매상들이 주문하기를 거절했을 때,일 년이 지나고도 판매실적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미국 기업이라면 즉시 문을 닫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야마우치의 경영이념은 일단 수립된 계획을 굳건히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닌텐도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이다.

500쪽이 넘는 이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리더의 역할과 카리스마,천재적인 게임 개발자들의 내면,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불굴의 의지,게임 자체에 대한 흔들림 없는 고집 등 닌텐도만의 경영 비법을 하나씩 체득할 수 있다.

1993년에 출간된 원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까지 달라진 상황들을 별도의 장으로 정리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