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해임안 제출..실사 사실상 중단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 진행을 위한 실사를 받고 있는 대한조선에 경영권 문제를 둘러싸고 실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회사 내부에서도 대표이사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5일 대한조선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조선사 구조조정에 따라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대한조선에 대한 채권단의 실사가 지난 2일 시작돼 실사단은 대한조선 조선소가 있는 전남 해남군 화원면 구림리 현지에서 자금 지원 등 기업회생 절차 돌입을 위해 조선소 측 경영자료를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실사단과 대한조선 간에 경영관리계약서 작성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면서 지난 4일 실사단이 현지에서 철수해 채권단 실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계약서는 채권단이 경영관리단을 대한조선에 파견하는 등 경영권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대한조선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사회 심의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실사단이 요구한 인사권은 중요한 사안이므로 시간을 갖고 협의를 하자고 요청했고 또 이사회 논의를 통해 권한의 이양범위를 조정해야 할 사안인 데도 실사단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한편 채권단이 경영관리단장에 현 대한조선 대표이사인 김호충씨를 선임하려는 데 대해 대한조선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정상적인 워크아웃 진행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조선은 워크아웃을 불러 온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김씨가 채권단 실사에 협조하면서 회사 경영권을 다른 곳에 넘기려는 것으로 보고 김씨에 대한 대표이사 해임건의안을 이사회에 제출해 다음 주초 김씨를 이사직에서 해임할 방침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더욱이 대한조선이 지난해 말 조선소의 주요 부서와 관련 서류를 모두 광주로 옮긴 사실도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 이날 열리는 산업은행의 실사단 회의에서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조선 측이 워크아웃과 경영권의 관계에 대해 일부 오해를 하는 것 같다"며 "대한조선으로부터 경영관리계약서를 제출받아 원활한 실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남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