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갑작스런 유가 하락에 대비해 모아둔 유가안정화기금(오일펀드)이 앞으로 3년간 러시아 정부에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 적자가 예상되면서 부족한 재정을 오일펀드에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트르 카자케비치 러시아 재무부 부국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이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오는 2010년과 2011년에도 이같은 재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유가 하락에 대비해 석유 판매 수익의 일부를 오일펀드로 적립했고 지난해 1월 국가 자산의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돈을 적립준비금과 국부(國富·NWF)펀드로 분리시켰다.

재정지출의 안전장치인 적립준비금은 기존 안정화기금처럼 유가 폭락으로부터 정부 예산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사용하고, 국부 펀드는 연금 펀드의 적자폭을 메우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금융위기로 정부 돈이 고갈되고, 유가마저 배럴당 4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유가안정화 기금이 제 역할을 하게 된 것.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오일펀드 전체 액수는 2천22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돈은 각각 루블, 달러, 유로, 파운화로 나눠 유지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라 그 액수에 증감이 발생한다.

러시아 정부는 일단 올해 오일펀드 중 360억 달러 상당을 구제금융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올해 러시아 재정 적자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4%인 1천33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오일펀드는 물론 국가 채무와 연기금 등의 관리를 담당할 국영 기업을 설립키로 하고 최고 경영자로 금융시장에 밝은 외국인을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