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를 상품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1896년 독일 사업가였던 어네스트 윌리엄스로 전해진다. 'Made in Germany'라는 원산지 표시를 수출상품에 붙인 것이다. 그보다 앞서 영국에서 'Made in Germany'를 먼저 사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자국 상품과 차별화하는 방법으로,영국민의 독일에 대한 반감을 부추겨 독일산 제품이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느 경우든 국가의 이미지를 가장 쉬운 식별 수단으로 내세워 상품 판매의 효과를 얻자는 뜻이다. 그 이미지가 곧 국가브랜드다. 국가브랜드가 신뢰를 얻고 있다면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시키고,그렇지 않을 때는 오히려 해외마케팅이나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브랜드로서 잘 가꿔진 국가이미지는 글로벌 무대에서 강력한 후광(後光)효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국가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국 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돼 기업과 제품의 브랜드 가치까지 함께 향상된다. 그리고 국가브랜드는 국민성,역사,문화적 전통뿐 아니라 정치체제,경제수준,사회안정 특히 그 나라의 상품에 관한 과거와 현재의 모든 정보와 경험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심어진 상징이다.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고,영국은 '신사',프랑스는 '예술',독일은 '기술'의 나라다. 프랑스에서는 패션 명품,독일은 고급 자동차,이탈리아는 디자인이라는 이미지부터 떠올려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미지는 어떨까. 전쟁과 분단국가를 떠올리고,아직도 불량국가 북한과 남한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거리에서의 과격 폭력시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나라쯤으로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다. 값싸면서도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IT(정보기술)분야에서 앞선 나라라는 평가는 우리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다.

'신뢰'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그래서 삼성이나 현대 등 기업 브랜드가 'Made in Korea'보다 훨씬 낫다. 상품이 국가이미지의 덕을 보기는커녕 거꾸로 된 것이다. 얼마나 우리나라 국가브랜드가 형편없는 수준인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브랜드가치가 미국 143%,일본 224%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29%(안홀트GMI 분석)에 그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최근 KOTRA가 외국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동일 상품의 한국산에 100달러를 지불하겠다면,독일산은 149달러,일본산은 139달러,미국산은 135달러를 주고 사겠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새로 출범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우리 상품이 해외시장에서 제값을 받도록 긍정적 국가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국가브랜드가 외국인들이 그 나라를 알고,특별한 인상을 갖게 되고,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여 그 나라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별로 바람직스럽지 않은 이미지를 갖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 최대의 취약점은 무엇일까. 아마 'Korea'에서 금방 떠올려지는 상품이 없다는 문제일 것이다. 휴대폰이나 LCD TV 등 첨단제품을 비롯해 수백종의 'Made in Korea' 일류상품을 해외에 내다팔고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다.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삼성과 현대 등의 이미지를 'Korea'로 덧씌우는 것이다. 지금도 옷은 이탈리아,주방용 칼은 독일,시계는 스위스다. 휴대폰이든 자동차든 세계 모든 사람이 꼭 갖고 싶은 '한국산'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브랜드는 그래서 '다이내믹 코리아' 따위의 의미조차 분명치 않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디지털 코리아'처럼 구체적인 상품전략이어야 할 이유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매력과 신뢰로 바꿀 수 있는 지름길 또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