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차세대 먹을거리'로 그린 에너지 · 그린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발전 설비 등 주력 제품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고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성장성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지분 15%를 인수한 캐나다 기업 HTC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HTC는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잡는 친환경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교토 기후변화협약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강화될 경우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이다.

HTC 지분을 확보하며 두산그룹이 투자한 금액은 100억원.두산중공업과 두산밥콕이 각각 50억원씩 댔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 Carbon Capture & Storage)' 관련 원천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사업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CCS 기술은 연소 전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기술과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순산소 연소기술,연소 뒤에 배기가스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분리 포집하는 기술 등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HTC는 이 중 '연소 후 포집' 기술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2013년 이후 연평균 약 10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HTC 지분 투자로 중공업과 밥콕 모두가 전 세계 발전부문 CCS 시장에 아무런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HTC사의 CCS 기술은 시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이처럼 CCS 원천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앞으로 석탄 및 가스 화력발전소 수주시 CCS 기술 경쟁력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트 교토 기간(2013~2017년)' 중 전 세계 석탄 및 가스 화력발전소 신규 발주 물량(연간 80~100GW)의 약 50%가 CCS 기술을 전면 또는 일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차세대 친환경제품 개발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인프라코어는 환경친화적 제품 개발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폐기시까지 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에코 디자인'을 도입해 주요 생산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유로(EURO)-4 엔진'.2007년 말 개발된 이 엔진은 작년부터 발효된 '유로-4 배기규제'를 충족하면서 기존 제품에 비해 20% 이상 연비 효율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연간 유류비를 10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으며 배출 오염물질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유로-4 엔진'은 유해 배기가스의 획기적 감소를 위해 '선택적 환원촉매 저감(SCR)'이라는 신기술도 접목했다. 이 기술은 '우레아(Urea)'라는 환원제를 투입해 배기가스를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수증기로 바꿔 배출하게 하는 방식이다. SCR는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오염물질을 원천 제거하고 내수성을 높이는 등 장점이 많다.

두산중공업은 환경 규제와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 풍력 연료전지 등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공업은 2006년부터 3㎿급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0년 완료할 예정이다. 또 지식경제부에서 지원하는 300㎾급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위한 국책 과제의 총괄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010년 완료를 목표로 국내 최초로 300㎾급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공업은 또 세계 1위 해수담수화 플랜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 · 폐수 재활용 수처리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 분야는 매년 1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2015년께는 시장 규모가 9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