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4분기 국내 은행들이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은행 전체의 손익이 8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 순이익도 지난해 반토막이 났다. 불황으로 연체가 늘고 기업 구조조정이 증가하면서 부실 채권이 급증한 탓이다.

최근 몇 년간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펀드판매 등에 따른 수수료 수입과 유가증권 이익도 급감했다. 올해 실물경제 침체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은행들의 실적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 5~6곳 4분기 적자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들은 작년 4분기 3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0년 4분기 4조6000억원의 순손실 이후 처음이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6개 건설 · 조선사에 대한 충당금 1조원을 포함해 5조1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영향이 컸다.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것으로 순이익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4000억~6000억원가량의 적자를 지난해 4분기에 냈고 일부 특수은행과 지방은행 등 5~6곳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자산 증가와 건설 · 조선사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으로 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도 7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4% 급감했다. 이는 2003년(1조9000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자 이익은 자산규모가 커지며 34조원으로 9.1% 증가했지만 비이자이익은 50.3%(5조5000억원)나 줄어든 5조3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증시 침체로 유가증권 이익이 5조70000억원 감소한 70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007년 4조5000억원에서 작년 9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 신한 등 7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5조3000억원으로 43.6%,산업 기업은행 등 5개 특수은행의 순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64.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9%,자기자본이익률(ROE)은 7.29%로 전년보다 각각 0.61%포인트,7.31%포인트 추락해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순이자마진(NIM)도 2.44%에서 2.29%로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올해 지속될 듯

은행 작년 순이익 '반토막'
문제는 올해 수익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 본부장은 "경기 상황과 기업 구조조정,시중금리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수익 전망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선 대기업과 산업별 구조조정이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에선 기업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올해 은행 순이익이 작년보다 20~3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버팀목이었던 이자이익도 감소할 게 확실시된다. 지난해 4분기 NIM은 2.39%로 전분기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NIM은 시중금리에 3~4개월 후행한다"면서 "지난해 10월까진 고금리가 유지돼 4분기 NIM은 소폭 올랐지만 올 1~2월부터는 시중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NIM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급락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아진 반면 수신금리 하락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예대 금리차는 1.30%로 11월 말에 비해 0.28%포인트나 떨어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