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연초에 암울한 상황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감원바람과 소비위축 등 심각한 경기침체로 뉴욕증시가 1월에 역대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하는 최악의 장세를 보인 가운데 2월 들어서도 경제 전망을 당분간 밝게 보기 어렵게 하는 우울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월 들어 첫 증시가 열린 2일(현지시간)에도 어두운 소식들은 끊이지 않았다.

미 상무부는 이날 발표한 소비지출이 작년 12월에 1% 줄어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고, 작년 4분기 소비지출은 8.9% 감소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어 소비위축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개인 소득도 0.2% 감소해 석달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반증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심리가 흔들림에 따라 소비 지출 감소가 몇 달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소비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감원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바비인형을 만드는 세계 최대의 장난감 제조업체인 미국 마텔은 이날 작년 4분기 순이익이 1억7천640만달러(주당 49센트)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3억2천850만달러(주당 89센트)보다 46%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가계 사정 악화가 어린이들의 장난감 구매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1월의 미국 제조업 경기도 위축세를 지속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날 밝힌 1월 제조업지수는 35.6으로 전달의 32.9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이 지수는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의 위축을, 50 이상이면 확장을 의미하며 작년 2월 이후 계속 50을 밑돌았다.

또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이날 전체 인력의 4%에 달하는 7천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위축에 따른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의 여파다.

모건스탠리도 이달중 인력의 3~4% 정도인 1천500~1천800명을 줄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기업들의 감원 한파가 이어지면서 실직자들의 급증과 이로 인한 소비 위축, 기업 실적 악화로 다시 감원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미 노동부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실업자 수가 477만6천명으로 집계돼 체계적인 고용 통계의 작성이 시작된 196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노동부가 오는 6일 1월 고용지표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작년 12월에 7.2%에 달한 미국의 실업률은 감원 바람속에 1월에는 7.5% 정도로 높아졌을 것으로 미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1월을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마감했지만 이같이 암울한 소식들로 인해 2월 증시 전망도 밝게 보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새해에 울렸던 낙관론의 '속삭임'이 완전히 물러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월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8% 떨어져 113년 역사상 하락폭이나 하락률로 최악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8.6% 떨어져 역대 가장 하락률을 보였다.

JP모건의 국제시장 전략가인 스튜어트 슈봐이처는 지금의 약세장에서는 분위기는 여전히 암울하다면서 "경제는 계속 약해지고 있고 금융위기도 진행형이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