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패밀리(royal family)'가 득세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사는 세상에 친소관계가 없을 수는 없는 법.같은 값이라면 통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금처럼 하 수상한 시절엔 특히 그렇다. 어떡하든 살아남아야 하는 김과장 이대리같은 월급쟁이들로선 '튼튼한 동아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인맥만들기를 굳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도,회사생활을 즐겁게 하는 데도 인맥은 필요하다. 무엇을 알고 있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네트워킹 지수(NQ)를 높이는 건 어떻게 보면 필수다.



#인맥의 기본 이해하기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사람만 만난다고 인맥이 형성되는 건 아니다. 좀 더 효율적으로 라인을 형성하려면 인맥의 기본 속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인맥 만들기와 결혼은 닮았다

인맥구축과 결혼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해도 후회,안 해도 후회'한다. 그래도 '하고 후회하는 게 좀 더 낫다'는 점도 흡사하다. 결혼하고 후회하면 자식이 남고,인맥을 만들고 후회하면 친구등 자기사람이 남는다. 첫 테이프를 끊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힘들고,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점도 닮았다. 따라서 처음부터 본전 뽑을 생각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 지긋이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손익분기점이 당장 도래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찾아 온다는 점도 같다. 당장 손해라고 생각돼도 매달 보험료를 내는 게 필요하다. 생일과 각종 기념일뿐 아니라 장례 등 애경사를 꼭 챙겨야 한다. 장기투자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보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참지 못하고 관계를 끊어 버리면 상대만이 아니라 본인에게도 허탈과 상처만이 남을 뿐이다.

▶상대에게 빚을 지게 만들라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신세를 졌어'라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나중에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하는데'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러자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상사든 부하든간에 '나는 당신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상사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으로 자리잡는다면 인맥 만들기는 반쯤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 지라드는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 사람의 인간관계 범위를 대략 250명으로 봤다. 한 사람의 고객을 감동시키면 이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는 250명에게 자신의 홍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것이 '지라드 250의 법칙'이다. 지라드처럼 한 사람을 250명처럼 생각하고 대해봐라.250명이 아니면 또 어떤가. 한사람을 통해 2~3명만 감동시켜도 남는 장사임에는 틀림없다. 인맥만들기는 결국 정성이다.

▶친구를 넘어 '팬'을 늘려라


휴대폰을 들여다 보자.번호가 저장돼 있는 사람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한 번 이상 통화했거나 문자를 주고 받았다면 '지인'이다. 이 중에서 기쁜 일을 알릴 수 있다면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 달라"는 소리를 할 수 있으면 '동지'다. 현직에서 물러나 SOS(긴급구조)를 요청해도 흔쾌히 응해주는 이는 당신의 '팬'이다. 인맥 만들기는 지인을 늘리는 게 아니라 팬을 확대해 가는 과정이다. 당신이 인맥의 달인인지는 가지를 쳐도 끝까지 살아 남는 열혈팬이 얼마나 되는지로 결정된다.



#상황별 인맥 응용하기


황금도 쓸 수 없다면 돌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인맥도 활용해야 보배가 된다. 인맥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가 관건이다.

▶굴러온 돌로 박힌 돌을 빼야 한다면


외부 영입파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면 다음 승진 때까지 확실한 줄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난감하다. 아무리 봐도 당장 비빌 언덕이 없다. 할 수 없다. 급한 데로 당신과 비슷한 직급에서 사내 평판이 좋은 내부 '토종'과 친해지는 수밖에.그를 통해 '실세'와 연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사내 동호회 등에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출신 성분의 물타기가 가능하다.

▶주류로 올라서야 한다면


능력은 있다. 그렇지만 왠지 한계가 느껴진다. 인사 때마다 학연과 지연에 밀리는 느낌이다. 내세울 학연과 지연이 없다면 각종 모임의 중심이 되는 '키 맨'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라인으로 헤집고 들어가야 한다. 싫어도 할 수 없다. 능력을 각인시키든지,존재를 알리든지,그것도 아니라면 발품이라도 팔아야 한다.

인사부나 재무라인,비서실 등 사내 핵심부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내부의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측근이 많으냐보다 적이 얼마나 적은가가 더 중요해진다. 당신과 달리 한직만 맴도는 비주류들은 당신의 약점을 캐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다양한 인맥을 만들고 싶다면


줄을 잘 서는 비법은 따로 없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우선 보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하라.그리고 이름을 기억했다 다음에 만날 때 반드시 이름을 불러줘라.내친 김에 사내에서 직원 이름을 가장 많이 외우는 사람이 되라.직원 대소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생일을 반드시 챙겨줘라.

줄을 잡기보다 줄을 만드는 게 더 쉬울 때가 있다. 어차피 김과장 이대리의 연조가 낮지 않던가. 앞날도 창창하지 않은가.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스스로가 중심이 돼 각종 모임을 꾸려보는 게 어떨지.공동 업무와 동호회 등을 통해 똘똘한 후배들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땅한 인맥관리 수단이 없다면


사이버시대다. 수단은 얼마든지 많다. 메신저는 친구,직장동료와 잡담을 나누는 데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하며 인맥을 쌓아가는 주요 수단이다. 메신저뿐이 아니다. 싸이월드,온라인 카페 등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네트워킹은 중요한 인맥관리 노하우 중 하나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 인맥지도를 넓힐 수 있는 지름길이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동호회나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