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 아메리카", 브라질 "수입품 70% 허가의무화"

세계 경기침체를 교역확대로 돌파하자며 보호무역주의의 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세계에선 이미 주요 수출시장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조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각국이 금융을 비롯해 자동차나 반도체 등 위기를 맞은 핵심산업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새해부터는 아예 외국산 제품의 수입을 차단해 위기를 돌파해보자는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다.

2일 정부와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브릭스(BRICs)'의 일원인 브라질의 통상산업개발부는 최근 수입품목의 60∼70%에 달하는 품목에 '사전 수입허가' 취득을 의무화하는 임시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지난달 26일부터 밀, 섬유.의류, 플라스틱, 고무, 철강,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및 관련부품, 기계제품 등의 수입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과거 통합무역시스템에 접속해 신고만 하면 자동으로 발급됐던 수입허가가 이제는 신고 뒤 이 기관의 검토과정을 거쳐야 허가가 발급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브라질 정부는 이에 대해 "금융위기와는 무관하며 작년부터 무역적자폭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임시로 내린 조치"이라는 입장이지만, 명백한 일종의 비관세 장벽이다.

또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한 8천19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법안에는 부양 관련 건설 프로젝트에 미국산 철강자재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소위 '바이 아메리카'조항이 포함됐다.

이 같은 조치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계에 대한 지원에 이어 불공정 무역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가동률이 50%선까지 떨어진 미국 철강업계는 이미 1월 초부터 이 조항을 삽입하기 위해 맹렬한 로비활동을 전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무역 상대국들은 이 조항을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시사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역시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철강 수입규제를 위해 관세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9일부터 철근, 스테인리스 압연강판 등 일부 철강제품의 수입관세를 기존 5%에서 15%로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9개월간의 한시적 조치지만 코트라는 "이와 같은 자국시장 보호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러시아는 수입관세는 높이는 대신 자국의 주요 수출품인 니켈, 음극 구리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수출세를 폐지했다.

이는 해당업계에 3억 달러 규모를 지원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내수시장 보호를 통해 세계 동반 경기침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올해 조사가 시작된 철강,화학제품에 대한 두 건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가 내년에 발효되면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무역구제조치 발동국인 인도도 지난달 한국 철강제품과 관련된 두 건의 반덤핑 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조사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저 수입가 적용품목을 확대하겠다고 나섰고 무역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키 역시 통관조건을 까다롭게 바꾸는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점차 강화되면 수출 확대의 장애물이 될 공산이 크지만 당장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