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넘치는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에 유입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A-'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 지난해 4분기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반면 비우량 등급의 표면금리는 더 올라가는(채권값 하락) 등 기업 신용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금융지주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3조6600억원으로 지난해 3월(3조2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11월 8900억원까지 줄어들었던 회사채 발행 금액은 12월 2조550억원으로 늘어난 뒤 두 달 연속 증가했다.

특히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회사채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서는 'A0'는 물론 'A-'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현대로템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고,29일과 30일에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이모스와 SKC가 각각 400억원과 7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A-'급의 표면금리도 갈수록 떨어져 SKC는 연 8.7%에 발행했지만 4일 발행하는 현대파워텍의 400억원짜리 채권은 7.8%에 나온다.

이처럼 발행시장이 회복세를 타는 것은 이들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3%대인 국고채 금리에 비해 크게 높아 고수익을 노린 기관과 개인의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승하 대우증권 채권영업부장은 "1월 들어 보험과 연기금 같은 기관들이 발행을 요청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표면금리가 10%를 넘는'BBB'급 회사채는 아직 발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 유통수익률도 높아지는 등 당분간 채권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AA-'급 3년물 유통수익률은 작년 말 연 7.72%에서 1월 말에는 7.29%로 떨어진 데 비해 'BBB-'급은 12.02%에서 12.16%로 올라갔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BBB'급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어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