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31일 미국 국채 추가 매입 여부는 중국이 해외에 투자한 돈의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 목적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날 런던에 도착한 원 총리가 미국 국채를 더 살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매우 민감한 질문이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묻고 싶어하는 질문"이라며 이같이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이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들은 자국의 환율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중국이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6천819억달러로 단일국가로서는 최대라면서 미국이 중국에 가할 수 있는 압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 총리는 "최근 몇년간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아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외환보유고를 여러 곳에 투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채도 그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채를 추가 매입할지 여부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더 살지는 우리 외환보유고의 안전성과 가치를 지킨다는 중국의 자체적인 필요성과 목적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의 주요 재원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고 '환율전쟁'을 벌인다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재원 조달을 위해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원 총리는 "금융위기의 시대를 맞아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이고 균형된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것"이라며 "이는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원 총리와 가질 정상회담에서 영국의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대중 무역적자 및 위안화 환율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의 추가 내수진작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