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들 채용계획 지연..최악의 고용한파 우려

산업팀 =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업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채용 규모를 상당폭 줄일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들은 경기하락이 본격화된 작년 4분기에도 당초 세워 둔 채용계획을 이행한 바 있지만 불황이 장기화되자 고용을 감축해야 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것이다.

경기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 감을 잡기 어려워 연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채용계획 수립을 뒷전으로 미뤄놓은 상태이다.

이미 여러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실업자가 양산됐고 이달 50만~60만명 가량의 대학.고교 졸업생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기업 채용마저 위축되면서 조만간 최악의 고용 한파가 닥쳐올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들 "작년만큼 뽑기 어렵다" = 통상대로라면 다음달부터 공개 채용에 나서야 할 대기업들은 아직 사원 선발 일정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했지만 상당수 업체들이 작년보다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년 3월께 상반기 채용공고를 내는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500명, 하반기에 1천명 가량의 인력을 뽑았다.

현재 각 본부별로 인원 수요를 파악하고 있지만 작년 수준만큼 채용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상시채용 방식을 쓰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세대 신규 라인 가동과 6세대 라인 확장에 필요한 인력과 연구개발 인력 등에 대한 수요가 있는 상태.
그러나 작년에 인력 상당수를 앞당겨 뽑은 데다 경기가 침체된 사정 등을 감안하면 연간 채용 규모가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이 회사는 내다봤다.

하이닉스의 고용사정은 더 좋지 않다.

2007년에 500명을 뽑은 이후로는 신규채용이 없었고 현재 일자리 나누기의 일환으로 직원들이 무급 휴가를 떠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하이닉스도 올해 대규모 채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신규채용을 아예 하지 않고 한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이 가장 많이 악화된 업종으로 꼽히는 건설업계도 채용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GS건설은 건설경기 침체를 감안해 대졸 신입사원을 제외한 경력사원은 채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사업계획상 필요 인력이 발생하면 유연성 있게 선발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현장별로 필요한 비정규직 인력 200여명 가량을 노동부와 함께 하는 `청계천 잡페어'를 통해 뽑을 예정이다.

취업 전문 업체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 관계자는 "작년 말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채용 계획을 물었으나 삼성과 LG 계열사 등 상당수 주요 기업은 정보 제공 자체를 거부했다"며 "이들을 뺀 기업들은 평균 15% 정도 작년보다 올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많은 인사 담당자들은 올해 경기가 어려워도 재계 최상위권 대기업들의 경우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신규채용 규모를 크게 줄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업부문별로 인력수요가 발생한 일부 대기업은 채용 수준을 작년처럼 유지하거나 일부 증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공채 100명을 뽑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오는 5월초부터 캠퍼스 리크루팅 등 채용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공채 개념인 인턴사원의 경우, 작년 수준인 220여명을 채용하기로 했고 전체적인 인력은 부산 센텀시티점 개점으로 인해 매장관리자, 전문직 등 300여명이 추가로 필요해 작년보다 24% 늘어난 2천24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채용계획은 나중에" = 불투명한 시장 전망 때문에 연간 사업계획 수립이 지연되면서 채용일정과 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은 곳도 많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밝힌대로 아직 신규 채용 일정이나 규모 등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오는 3월 이후에야 채용 윤곽을 잡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연초에 연간 판매목표 등을 발표해 왔던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 시장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파악하기 어려워 목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1∼2월 판매실적을 토대로 사업계획이 정해진 뒤에 채용계획도 세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도 채용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아직 채용규모나 일정에 대한 윤곽을 잡지 못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00여명 규모로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로 하고 오는 5월께 서류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한화는 올해 사업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형편이어서 채용의 폭이나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철강경기 하락으로 감산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포스코도 신규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2천600여명을 선발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다음달쯤에나 채용 계획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