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소비 꽁공..빠른 경기회복 기대 찬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기대 속에 취임했지만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 증시가 역대 최악의 1월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미국의 작년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는 덜 나쁘게 나왔지만 소비나 기업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조속한 경기 회복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는 1월 마지막 거래일을 하락세로 마치면서 새해 첫달을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8.15포인트(1.82%) 하락한 8000.86에 거래를 마쳐 가까스로 8,000선을 지켰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1.42포인트(2.08%) 내린 1,476.42를 기록해 1,500선이 무너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9.26포인트(2.28%) 떨어진 825.88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1월 한달간 다우지수는 8.8% 떨어졌고 나스닥은 6.4% 하락했다.

S&P 500지수는 1월에 8.6% 떨어져 1970년 1월의 7.6% 하락했던 것을 제치고 역대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이날 유럽의 주요 증시도 새해 첫달을 하락세로 마쳤다.

이달에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핵심지수 FTSE100은 6.4% 떨어졌고,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7.5% 내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는 1월 하락률이 10%에 육박한 9.8%에 달했다.

1월 증시의 하락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1월 증시가 한해 증시 동향을 알리는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들도 있어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작년 4분기 미국의 GDP는 연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8% 감소해 1982년 1분기 이후 약 27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이는 5% 이상의 감소를 예상했던 월가의 전망치보다는 나은 것이어서 위안이 될 수도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우선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지난 3.4분기에 3.8% 감소한 데 이어 4.4분기에도 3.5%나 줄어들었다.

소비 위축은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감원과 투자 축소 등을 불러와 다시 소비 위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재고 증가가 GDP에 반영된데 따른 영향을 배제하면 GDP는 5.1% 감소한 것으로 분석돼 경제가 실제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반증했다.

기업의 투자도 19.1%가 줄어 1975년 1.4분기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을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지난해 12월 내구재 주문실적도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기업 투자가 줄고 있음을 보여줬다.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에 비해 2.6% 감소했고 11월의 내구재 주문 실적도 당초 발표됐던 잠정치인 1.5% 감소에서 3.7% 감소로 수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의 지출 감소는 GDP 성장에서 기업 투자가 15%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조만간 경기회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허리띠를 조이는데 따른 감원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암울한 부분이다.

미 노동부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실업자 수가 477만6천명으로 집계돼 체계적인 고용 통계의 작성이 시작된 196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감원 한파 속에 작년 12월에 7.2%에 달한 미국의 실업률은 연말에는 8%대까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 역시 실업자 증가로 고통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실업률은 8.0%로 지난 2006년 11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12월 27개 EU 회원국 전체 실업률도 7.4%로 11월(7.3%)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