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일", "무책임의 극치", "도가 지나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임직원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기사를 보고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면서 쏟아낸 언사들이다.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금융위원장은 작년 말 월가 금융회사들이 지급한 보너스를 "가능한 모든 법률적 수단을 동원해 환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월가 금융회사들이 임직원에게 이미 지급한 상여금을 다시 환수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30일 급여관련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이 상여금 중 대부분은 '영원히' 지급돼 버린 것이며 따라서 도드 위원장이 언급한 '법률적 수단'은 별로 없다고 보도했다.

임직원의 명백한 '사기' 등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과거 지급한 상여를 환수할 근거는 약하다는 것이다.

뉴욕주의 급여법과 보수계약은 이런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카고 소재 로펌 윈스턴&스트론의 임원급여전문인 마이클 멜빙어 변호사는 "그것은 의장이 책상 위의 의사봉을 두드리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라고 말했다.

간혹 지급한 상여를 회수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를 위한 법적 분쟁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과거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주주들은 윌리엄 맥과이어 회장이 스톡옵션을 소급적용한 혐의로 기소되자 이를 환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책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의 회계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프랭클린 레이네스 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보너스를 환수하는데 몇 년이나 결렸고 회수한 자금도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뉴욕주 법은 특정 사안에서 채권자들이 부당한 보수를 환수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에서 이기려면 원고 측은 임원들이 자신의 보너스를 벌어들인 게 아니라는 점과 해당 업체가 자본부족 상태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은 AIG를 상대로 이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연방정부의 지원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자본부족상태이라는 주장이 통할 지 의문이다.

다른 방법들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쿠오모 총장이나 주주들은 금융회사들이 증권관련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원들이 직원들을 속이거나 회사의 재정상황에 관한 물질적인 증거를 은폐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의회가 법률개정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보너스를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방법은 해당 회사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보수지급 계획을 위반하게 하는 셈이다.

월가에서는 상여가 우수한 성과를 낸 것에 대한 반대급부라기보다는 급여의 연장으로 보는 견해가 많고, 회사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어도 자신의 맡은 일을 잘해낸 직원들은 많이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의회가 작년 가을에 월가의 '2008년' 보너스를 규제할 기회를 놓쳐놓고 이제 와서 뒷북을 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문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폴리는 "'노 보너스'라고 말할 시기는 이미 왔다가 가버렸다"면서 (정치권의 질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