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축구(풋볼)에 관심이 없더라도 주식 투자자라면 슈퍼볼 결과에 주목한다. '슈퍼볼 주가지표(Super Bowl Stock Indicator)'를 토대로 그해 증시의 움직임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이 지표는 슈퍼볼 승리팀과 그 해 주가 상승률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속설에 근거해 만들어진다. 슈퍼볼에서 예전 내셔널 풋볼리그(NFL) 소속 팀이 우승하면 그해 증시가 오르고,옛 아메리칸 풋볼리그(AFL)팀이 이기면 증시가 내린다는 것이다. 1970년 두 리그는 NFL로 통합됐지만 여전히 예전 소속 리그 기준으로 상관관계가 계산되고 있다.

이 지표는 과학적이진 않지만 월가에서 오랜기간 미신처럼 통해왔다. 통계적으로 적중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42차례 대회 중 33회나 그해 증시 방향을 맞혀 78.6%의 적중률을 기록했다.

주식 전문가들은 이제 슈퍼볼 주식지표보다 더 과학적이고 검증된 '슈퍼볼 광고지표'에 주목한다. 슈퍼볼 광고지표란 슈퍼볼 경기 전후에 방송된 최고의 광고 10개와 최악의 광고 10개의 향후 주가 상승률이 지수 상승률을 웃돈다는 것으로,미 서니버팔로 대학의 케네스 김 교수가 개발했다. USA투데이는 슈퍼볼 시간대 방영된 광고들에 대한 시청자 선호도를 설문 조사해 경기 다음 날 싣는다. 이 순위를 바탕으로 과거 17년간 슈퍼볼 광고와 주가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선호도 상위 10개 광고를 내보낸 회사의 경기 다음 날 주가 상승률은 S&P500 지수 상승률을 평균 0.26% 웃돈다는 결과를 얻었다.

효과는 단발에 그치지 않는다. 선호도가 높은 광고로 뽑힌 10개 회사의 경기 이후 20일간 주가는 지수보다 평균 2.98%나 높았다. 하위 광고 10개사의 향후 20일간 주가도 지수보다 1.47% 높은 성적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상위 10개와 하위 10개 광고를 뺀 중간 광고들은 쉽게 잊혀져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볼 광고 지표가 주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슈퍼볼 광고는 상품 판매진작 효과뿐 아니라 주가부양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인상이 다른 특성을 평가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는 소위 '후광효과' 덕분.슈퍼볼 광고는 시청자들에게 해당 상품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해당 회사의 브랜드와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둘째,슈퍼볼 광고는 '짱' 아니면 '꽝'으로 하라는 것이다. 선호도가 높은 광고가 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악평을 받는 광고가 낫다는 말이다. 어중간한 광고는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손쉽게 사라져 오히려 나쁜 광고보다도 못한 효과를 내는 셈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