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대 통과 불구, '당파성' 한계
2월 중순 서명 목표, 상원 설득 변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 관련 법안이 28일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법제화 과정의 중요한 한고비를 넘겼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 법안'이라는 이름의 경기부양 관련 법안을 취임 후 서명할 제1호 법안으로 상정하고,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전을 벌여온 행보가 결실을 본 셈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 종가보다 200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도 경기부양법안의 하원 통과가 예견된데 따른 신호였다.

그러나 오바마의 첫 시험대였던 이번 하원의 법안 통과는 오바마의 정치적 승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일정한 한계를 노정했다.

오바마는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법안통과라는 의미 자체보다는 합의처리라는 `모양새'에 공을 들여온 게 사실이다.

오바마가 27일 의회로 공화당 상.하원 의회 지도부를 찾아 읍소에 가까운 초당적 협력을 호소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결과는 찬성 244표, 반대 188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의원은 단 1명도 없었다.

공화당은 경기부양법안에 대학 학비지원, 금연프로그램 지원 등 경기부양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에 자금을 배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반대입장을 보여 왔다.

그리고 오바마가 의회를 직접 방문해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매몰차고 일사불란하게 실행에 옮겼다.

보수 공화당 입장에서는 특히 법안내용 가운데 피임관련 예산이 포함된 것에 발끈했다.

오바마는 관련 예산을 삭제토록 민주당 지도부에 지시할 만큼 공화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일단 공화당은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철저히 당파적 논리에 따른 투표를 한 것이다.

애초 8천250억달러 규모였던 민주당 법안 원안이 하원 통과과정에서 8천190억달러로 조정을 거친 것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처럼 오바마가 경기부양 관련법안의 하원 통과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둠에 따라 내주부터 시작될 상원의 법안심의와 표결 절차가 제2차 관문으로 등장하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70%에 육박하는 국민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데다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 자체는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역시 공화당의 협력이 바탕이 된 초당적인 입법절차가 이뤄질 수 있는지 여부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 관련자금의 투명한 분배와 낭비적 사용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웹사이트까지 개설, 관련내역을 공개키로 하는 등 우호적인 국민여론 조성을 통해 공화당의 협력을 견인해 내려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야구로 말하면 지금 3회인데 9회말까지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법안 내용에 조정의 여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은 공화당을 의식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특히 깁스 대변인은 "최종 승자는 국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화당이 이번만큼은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바마는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제1호 법안을 서명하는 D-데이를 2월15일 전후로 잡고 있다.

이 시기는 오바마의 취임 한 달째와도 맞물리기 때문에 경기부양법안의 순조로운 처리여부는 오바마의 임기 첫 100일, 나아가 집권 원년의 순항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