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소비진작 효과 의문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의회통과를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부양책이 과연 침체일로를 걷는 미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높아지고 있다.

실업률이 급등하고 소비심리가 최악을 기록한 상황에서 감세를 통해 소비 여력을 만들어줘도 실제 이런 자금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한 재정 적자와 정부부채 증가가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기업 등 민간부문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너나없이 비용절감을 위한 감원에 나서고 있어 실업률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26일 하루에만 7만명이 넘는 감원 계획이 발표됐을 정도다.

이로 인해 지난 28일 미국 민간경제연구단체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37.7을 기록,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소비자들이 여력이 생겨도 소비보다는 저축에 주력하기 때문에 많은 경제전문가는 미 정부가 감세를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해도 소비 진작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지출도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효과가 확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미 경제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리서치업체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주간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 1·4분기 미국 성장률이 마이너스 4.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개월 전에 나왔던 마이너스 1.5%보다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감원행렬에 동참한 기업 중에 광케이블 등을 제조하는 코닝과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인프라 구축 공사가 시작되면 이들 업체는 수혜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캐터필러는 지난 26일 2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코닝도 다음날 전체 인력의 13%인 3천500명의 감원 계획을 밝혔다.

코닝의 데니얼 콜린스 대변인은 경기부양책이 도움은 되겠지만 어떤 규모로 언제 집행될지 분명하지 않다면서 "희망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탓에 연방정부의 부채가 늘어난다는 것뿐이다.

WSJ은 미국 국채발행 규모가 커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시중 금리를 자극해 민간 부문의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시젼 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앨런 시나이는 정부부채 증가는 결국 경제성장을 지연시키고 미국 내 생활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