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경기침체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의 최대 경영화두로 '생존(survival)'을 꼽았다. 28일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 개막에 맞춰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세계 50여개국 CEO 112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기업은 21%에 불과했다. 지난해만 해도 응답자의 50%가 향후 1년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3년간의 실적 전망을 자신하는 CEO도 34%에 그쳤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2011년까지 경기가 매우 느리고 힘겹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서유럽 CEO들의 경우 15%만이 올해 매출 증가를 예상했다. 신흥국 CEO들의 자신감도 크게 약해졌다. 인도 CEO들만 예외적으로 70%가 올해 성장을 예상했을 뿐 지난해 73%가 성장을 전망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CEO들은 올해 각각 29%와 30%만이 성장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 CEO들의 실적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도 23%에 머물렀다.

PwC의 새뮤얼 디피아자 CEO는 "빠르고 극심한 경기후퇴는 CEO들의 심리에 강하게 작용해 전 세계적으로 '자신감의 위기'를 낳고 있다"며 "CEO들은 대부분 (기업의 성장보다는) 당장의 생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보스 포럼의 토론세션에서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쏟아졌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약 2.5%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경제에 재시동을 걸 것이란 기대는 망상"이라고 지적했다. 로치 회장은 또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국에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촉구한 데 대해 "경기침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이는 국가를 본 적이 없다"면서 "끔찍한 충고"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저스틴 린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는 예상보다 긴 침체에 빠져 있고,은행들에 자본을 투입한다고 해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국가 간에 조율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선진국들이 경기부양과 구제금융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며 국제 자금시장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머징마켓의 외화 자금줄이 마르고 외채가 많은 신흥국 기업들은 아사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