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시장이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 · 판매자 시장)에서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 · 구매자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원자재 메이저들이 달라는대로 돈을 줘야 철광석이나 석탄 등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하자 가격 결정 주도권이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신일본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BHP빌리턴 리오틴토 등 대형 자원업체들에 올 인도분부터 철광석 가격의 대폭 인하를 요구키로 했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철광석과 원료용 석탄의 공급가격을 각각 40%,60% 인하해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현재 t당 90달러인 철광석 값을 50달러 전후로 낮춰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80% 정도 올랐다. 일본 업체들은 다음주 중 브라질 발레,호주 BHP빌리턴 등과 가격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원자재의 '블랙홀'로 불리며 가격 폭등을 일으켰던 중국도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철강협회는 철강가격이 1994년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철광석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t당 92.58달러 수준인 리오틴토의 철광석 가격은 16.68달러로 82%가량 떨어져야 한다. 중국 최대 민간 철강업체인 지앙수 샤강 그룹의 션 원롱 회장은 "메이저 광산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에선 지난해보다 30% 인하된 선에서 올해 공급가격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철광석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발레 리오틴토 BHP빌리턴 등이 철광석 공급 가격을 7년 만에 인하할 것임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2007년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철강과 자동차업체들이 막대한 비용 절감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