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안보.외교 분야에서 전임 행정부와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위기 대책에 관한한 조지 부시 전대통령과 너무 닮은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 전문잡지 포브스가 주장했다.

포브스는 27일 오바마 정부의 대응을 이같이 비판하면서 "금융위기를 불러온 은행의 부도를 막아주기 위해 무작정 돈을 쏟아 부을 게 아니라 모기지 관련 부실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뒤 부실 자산을 직접 사들이고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을 완전 분리하는 대책을 우선 강구해야 신용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만든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 7천억 달러는 부도 위기에 처한 은행들의 자본금을 늘려주기 위해 집중 투입되고 있으나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을 꺼리고 있고 신용 시장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때 만들어진 구제금융 자금 7천억 달러 중 2천억 달러가 현재까지 미국내 8개 대형 은행들에게 지원돼 있다.

당초 구제금융 자금은 은행의 부실 자산을 직접 사들이기 위한 것으로 책정돼 있었지만 부실 은행들이 받아간 돈은 각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난 `큰 구멍'을 메우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주 미 정부 내부에서 `배드뱅크' 제도 도입이 거론되면서 은행들의 부실 자산 매입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으나 재무부의 구체적인 조치가 아직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정부가 은행들의 부실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과정에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정부가 사들일 은행 부실 자산의 가치가 과연 얼마인지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냐는 것과 부실 자산을 사들인 뒤 은행들이 대출 기능을 제대로 회복할 것이란 보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부실 자산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정하면 미국내 은행들 상당수가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고 가격이 너무 높으면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돼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이 미 정부에 보고한 부실 자산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있다고 보고 있으며 `역경매' 방식을 통해 정부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도 부실 자산 매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브스는 "금융과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