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을 위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이 임박하면서 정부의 농협 개혁 작업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28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까지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절차를 마무리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다음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증권(현 NH증권) 인수 비리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 발언으로 불붙은 농협 개혁은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기득권 포기'를 선언하고 정부의 개혁안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개혁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국회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하는 상황이다.

농협법을 개정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인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들은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농식품위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위원들이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들었으나 이견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쟁점이 되는 대목들로 농협 중앙회장의 비상임화 문제, 간선제로의 전환, 조합 선택권 확대, 조합 합병 등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중앙회장에게 역할에 맞는 권한을 주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거나 회원조합마다 규모가 다른 점을 들어 조합 선택권 확대나 합병 문제를 신중히 다뤄야한다는 의견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쟁점이 많아 개정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모처럼 무르익은 농협 개혁 분위기가 국회에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과거에도 농협 개혁 논의가 국회를 거치며 변질된 전례가 있어 이런 염려는 커지고 있다.

일례로 중앙회장의 인사권 배제, 회원조합장의 비상임화 등 이번 개정안에 담긴 내용 중 일부는 작년 9월 정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농협과 정치권의 반대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시절이던 2004년 중앙회장을 비상임화하려하다 실패했다.

장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국회 공청회에 갔더니 나만 빼고 다들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국회가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농협 회원조합이 가진 정치력 때문이다.

조합장들이 지역 유지여서 선거 때 '표'에 영향력을 미치고 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고려해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 농식품위 위원들이 문제 삼는 대목들도 조합장들의 이해와 관련된 것이 많다.

조합 선택권 확대나 합병, 조합장의 비상임화 등은 모두 조합장들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들이다.

기득권을 놓기 싫은 조합장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가 길어지면 모처럼 조성된 농협 개혁 여론이 식을 수도 있다"며 "국회가 가급적 빨리 논의를 매듭지어 개혁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평 장관도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 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원들 한 분 한 분을 전부 다 설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