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사장단 등 고위 임원에 이어 사외이사진도 대폭 교체한다. 삼성 현대 · 기아자동차 LG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 그룹들은 관료 출신 등 회사의 대외활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인사들을 대부분 퇴진시킨다는 방침을 확정,올 주주총회에서 대폭 교체하기로 했다.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중 상당수를 연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임기가 1~2년 남은 경우도 '자진 사퇴' 형식으로 중도 하차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법인 사외이사 3000여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대외 업무 관련 인사를 사외이사에서 제외한다는 방침 아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작년 4월 발표한 경영쇄신안에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삼성과 직무상 연관이 있는 인사들은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교체 대상으로 꼽고 있는 사외이사는 크게 △검찰 법원 로펌 등 법조계 출신 △국세청 출신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감독기관 출신 등 세 부류로 나뉜다. 법조계 출신은 법원 · 검찰 등과의 불필요한 유착 의혹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국세청과 금감원 등 '힘있는 기관' 출신들도 각종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시민단체 등의 의구심을 증폭시킬 우려가 높다고 판단,사외이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전(前) 정권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도 '자의반 타의반' 교체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환경단체 등 NGO(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며 지난 정권과 색깔이 맞아떨어졌던 인사들이 주요 교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사외이사인 C씨 등이 대표적인 예다. 포스코 사외이사 P씨도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지만 '조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포스코의 또 다른 사외이사 H씨도 내달 임기가 끝나면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경영 쇄신 차원에서 사외이사진까지 대대적인 교체를 추진하는 곳도 적지 않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그룹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데다 후계자를 위해서는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색과 업무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옅은 사외이사진을 꾸리고 있는 기업들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교수들이어서 올해 임기가 끝나면 대부분 연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재석/송형석/이정호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