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포장이 바뀌었으면 우선 가격 인상부터 의심해야겠다. 최근 분유,세제,기저귀 등 생필품들의 가격이 제품 리뉴얼을 빌미로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포장 개선,성분 추가 등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주장이지만 리뉴얼이 편법 가격 인상 수단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리뉴얼 뒤 줄줄이 가격 인상

남양유업은 최근 분유 '아이엠마더' 1~4단계 가격을 4~10% 인상했다. 초유 성분 함량(0.22%→0.58%)을 늘리고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는 리뉴얼과 함께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3개월 미만 신생아가 먹는 '아이엠마더' 1단계(800g)가 2만9000원에서 3만1700원으로 2700원(9.3%) 올랐고,6개월 이상 유아용 3단계는 3만900원에서 3만2300원으로 1400원(4.5%) 상승했다.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2011년까지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면서 가격 인하를 유도한 정책이 무색해졌다.

세제업체들은 지난해 8~9월 리뉴얼을 한 뒤 올초 가격을 올리는 '시간차 전략'을 구사했다. CJ라이온의 세탁세제 '비트'(3.2㎏)는 연한 푸른색이던 포장 색상이 짙은 푸른색으로 바뀌면서 가격은 1만3800원에서 1만5900원으로 2100원(15.2%) 뛰었다. 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 '테크'(3.2㎏)도 1만3700원에서 1만5050원으로 인상됐다. 브랜드명이 영문에서 한글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기스 기저귀는 지난해 말 흡수력을 강화하고 소변 알림줄 표시기능을 추가하는 등의 리뉴얼을 통해 가격을 4~7% 올렸다. '하기스골드'(대형 · 60개)가 2만6400원에서 2만7700원으로 오른 뒤 올초 부가세 면제로 2만6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초 한방화장품 '설화수'의 일부 제품을 리뉴얼한 뒤 판매가를 10% 안팎 인상했다.

가격은 안 올린 대신 용량을 줄이는 사례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수 '트레비'는 병 모양과 색깔을 바꾸면서 가격(1200원)은 유지한 채 용량을 330㎖에서 280㎖로 축소,15%가량 가격 인상 효과를 봤다.

◆원가 추가 부담보다 가격 인상폭 커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원가 부담이 누적된 데다 제품 패키지를 세련되게 바꾸고 핵심 성분 함량을 늘린 게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주요 성분을 강화했고 원유(原乳)와 수입원료 가격이 상승해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경쟁사들이 분유값을 인상할 때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제업체들은 포장 개선과 함께 일부 성분을 추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리뉴얼을 했더라도 가격 인상폭이 지나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가격을 올리기 위해 포장만 번지르르 하게 만들어놨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제업체들이 성분 강화를 주장하지만 실제 비용 추가 부담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리뉴얼은 가격 인상 비난을 희석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