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벌크선사들이 잇달아 파산하거나 워크아웃 · 디폴트를 선언,국내 선사들이 용선료를 제때 받지 못해 흑자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1년 새 벌크선 운임이 90% 이상 급락하면서 호황일 때 배를 빌려 하루 수만달러씩 손실을 입고 있는 국내 선사들 간에도 소송과 계좌 압류 등이 줄을 잇고 있다. 해운업계에 이처럼 국내외 악재가 몰리면서 '2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 선사,파산 · 워크아웃 · 디폴트?…

지난해 12월부터 영국의 브리타니아벌크,스위스의 아르마다쉬핑 싱가포르 자회사,중국의 크라운랜드 인터내셔널 등 3개 외국 벌크선사들이 파산이나 워크아웃 개시,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호황때 비싼 용선료로 배를 빌렸다가 벌크시황 악화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두 손을 든 것.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해사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는 최근 싱가포르 법원으로부터 워크아웃 절차 개시를 허가받은 아르마다 Pte사가 60여개사에 10억8360만달러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스위스 벌크선사인 아르마다쉬핑의 싱가포르 자회사다.

영국의 대표적인 벌크선사인 브리타니아벌크도 지난해 말 파산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채권선사들이 앞다퉈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파산절차에 문제가 생기자 최근 뉴욕남부 법정에 파산보호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 본거지를 둔 크라운랜드 인터내셔널도 지난해 말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파나막스 벌크선을 빌려 운항해 온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벌크선 운임이 폭락하면서 12월부터는 아예 용선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불똥 튄 국내 해운업계
글로벌 해운 부도 도미노… 국내 '2월 위기설' 확산
외국 선사들이 파산상태에 빠지면서 불똥이 국내 선사들로 옮겨붙고 있다. 이들에게 배를 빌려주고 받을 용선료가 최소 2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해운 전문가들은 다음달까지 용선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황 악화 속에서 긴급 차입금 등으로 근근이 버텨온 국내 선사들이 흑자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지에 따르면 아르마다쉬핑 싱가포르 법인의 채권자 리스트에는 국적 선사인 삼선로지스틱스,STX팬오션,대한해운,한진해운 등이 포함돼 있다. 채권규모는 S사 4420만달러,D사 2580만달러,또다른 S해운이 1790만달러,P사 1300만달러,H사 1250만달러 등 모두 1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받을 돈은 못받고 빌린 배의 용선료를 지급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선사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타니아벌크의 채권자는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아르마다와 국적 선사인 D,S,S상선 등 총 49개사다. 채무규모는 1억~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브리타니아벌크의 자산은 채무의 10% 정도인 1000만~5000만달러에 불과해 CSL 오스트레일리아가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244만달러 규모의 계좌압류를 신청하는 등 채권자들이 앞다퉈 채권회수에 나서고 있다. 국내 S상선,D상선,S쉬핑 등 3개 선사는 크라운랜드를 상대로 25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냈다.

◆국내 선사간 채무 불이행도 속출

국적선사들간 채무 불이행이 속출하면서 소송과 채권압류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은 STX팬오션에 채무를 이행하라며 지난해 12월 초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해운은 STX팬오션의 뉴욕 계좌에서 600만달러 정도의 지급정지를 신청했고 용선료에 대한 가압류도 걸어놓은 상태다. 대한해운은 디폴트 상태인 파크로드로부터 채권(500만달러)을 양도받았으며 이중에 STX팬오션이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채권에 대해 채무이행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까지 하게 된 것.

이에 대해 STX팬오션은 "파크로드가 STX팬오션에 지급해야 할 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만 따로 대한해운에 양도한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올해 초 법원에 냈다.

D상선은 또다른 D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중 · 대형 선사인 S사와 D해운의 계좌도 국적선사들이 차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