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티모시 가이트너가 22일 환율조작국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위안화 환율을 언급하자 중국의 한 금융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가이트너는 이날 미 상원 인사청문회의 질문에 대한 서한 답변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가이트너는 또 "대통령은 중국의 환율 관행을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외교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위안화 조작을 통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이트너는 또 일본을 비롯한 다른 주요 교역국에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새 정부 출범이라는 점을 감안,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중국 지도부의 심기는 미국이 금융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편한 상태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퇴임 직전 "중국의 과도한 저축률로 인해 저금리가 유발됐고 이것이 미국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중국은 "미국이 쓰레기 금융상품을 수출하고 흥청망청 소비한 게 원인"이라며 반박했다. 이런 상태에서 환율조작국 운운하는 발언이 나왔으니 속이 끓을 수밖에 없다는 게 베이징의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과 미국 간 경제분쟁이 가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위안화 환율 문제를 정면으로 들고 나온 이상 이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만일 미국의 압력에 대한 반격으로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내다 팔기라도 한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은 작년 11월 말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6891억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중이다.

한 전문가는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중국은 미 국채를 사들이는 등 최선을 다해 미국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거꾸로 중국을 공격한다면 국채 매입중단 등 강경한 수단을 동원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환율은 23일 달러당 6.8380위안(인민은행 고시 기준)으로 전날(6.8373위안)보다 소폭 올랐다.

일본도 오바마 행정부의 경고에도 불구,엔고 저지를 위해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쿄미쓰비시은행과 코메르츠방크 분석을 인용,일본은행이 달러당 85엔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 선이 무너지면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엔고 저지를 위해 2003년 20조4000억엔(당시 환율로 약 2290억달러)을,그 이듬해에도 14조8000억엔을 각각 투입해 달러를 사들였다. 엔화 가치는 21일 달러당 87.13엔으로 1995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후 22일에는 88.81로 소폭 하락했다.

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