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기 침체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임직원 급여를 감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급여를 깎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임직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는 형식을 취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자진 삭감'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은 최근 계열사 임원들이 연봉을 10% 자진 삭감키로 결의한 반면,포스코는 임원들이 내년 연봉 10%를 반납키로 했다.

급여 삭감과 반납은 어떻게 다를까? 몇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소득 발생 완료 여부'가 다르다. 예컨대 전년도 실적을 기초로 해서 지급되는 성과급이나 이미 연봉계약이 끝나 이에 근거해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임금 등은 '반납'해야 한다. 이미 소득 발생이 완료된 급여이기 때문이다.

이 때는 당연히 반납 전 소득(급여 또는 성과급)과 반납 후 소득이 달라지게 된다. 때문에 지급 시점 등에 따라 줄어든 소득만큼 세금을 환급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 급여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임금은 회사의 재무상태,임금 정책,임직원들의 자구노력 의지 등에 의해 '반납'될 수도 있고 '삭감'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전무 이상 임원들이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급의 전액을,상무는 성과급의 30%를 반납했다. 올 연봉에 대해서는 임원들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삭감했다.

현대 · 기아차그룹 임원들이 급여를 삭감했지만,포스코 임원들은 급여를 반납한 것은 회사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차 판매 급감으로 경영위기가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임원들이 급여 반납이 아닌 삭감을 결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급여를 삭감했느냐,반납했느냐는 해당 임직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회사 경영 상황이 갑자기 호전돼 임금 감축이 더이상 필요없게 되면,회사는 '반납된 임금'은 언제든지 임직원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 하지만 '삭감된 임금'은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도 돌려 주지 않는다.

미래 급여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임금 삭감 시에는 다음 연도 연봉 인상률을 결정하는 기준금액이 '삭감된 급여'지만,반납 시에는 '반납되기 전 급여'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A임원의 계약연봉이 1억원이고,내년엔 10% 인상된다고 가정해 보자.그런데 올해 연봉 10%가 삭감돼 9000만원을 받게 된다면 내년 연봉은 10%가 올라도 9900만원 밖에 안된다. 반면 10%를 반납하면,그는 올해 900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내년 연봉은 1억원에서 10%가 인상된 1억1000만원이 된다. 결국 급여 반납보다는 삭감이 훨씬 강력한 감축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