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줄고 쓸데는 많은데 아이들에게 세뱃돈도 줘야 하고….설날을 앞두고 '속앓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년 같으면 몇만원씩 세뱃돈을 줬겠지만 올해는 불황 때문에 '짠손'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설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대목.어른들에게 받은 세뱃돈으로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도 구입하고 저축도 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 연휴에 지출하는 세뱃돈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쓰일까. 한국은행의 '설 전 화폐발행' 상황과 통계청 '도시가계수지 조사' 등을 토대로 추정한 세뱃돈은 대략 1조8000억~2조3000억원 규모다. 개인별 지출 금액을 보면 40대 이상 성인들이 평균 19만원,30대가 17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세뱃돈 적정 규모는 1인당 1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19일 여성포털 사이트 이지데이가 202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1만원을 주겠다'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5000원(15%),3만원 선(13%)이었다. 예년에 비해 반 가까이 줄어든 액수다.

야후코리아 조사 결과 응답자의 50%는 '세뱃돈을 동결한다'고 답했고 24%는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어설프게 주느니 안 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응답도 12%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뱃돈을 줄이는 노하우도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부부가 같이 세배 받고 세뱃돈도 한 번만 지급한다'와 '세뱃돈 수혜 연령대를 대폭 낮춘다'다. 낯 뜨거운 일이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만큼 올해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불황 여파가 세뱃돈에까지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풀린 세뱃돈은 어떻게 쓰일까. 청소년 소비 유형과 행태 분석에 따르면 세뱃돈의 약 80%가 소비시장으로 돌아온다. 설 직후 어린이 · 청소년 대상 업종의 경기가 다소 활기를 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마트의 상품별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설 직후에는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등 10만~20만원대 상품의 판매가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학년들의 장난감 매출은 4배나 늘었다.

나머지 20% 정도는 예 · 적금 등 저축으로 활용된다. 금융상품 가입 선호도는 어떨까. 지난 20일 대한생명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세뱃돈으로 자녀명의의 예 · 적금 가입(41.3%)이 1순위로 꼽혔다. 다음은 어린이펀드(30.9%),어린이보험(3.9%),주식(2.3%) 순이었다. 예 · 적금의 경우 시중은행들의 '명절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종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은 "세뱃돈을 금융상품에 넣어 자녀의 경제관념을 키워주면서 목돈 마련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적립식펀드의 경우 기한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세뱃돈 재테크는 어릴 때 시작할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고두현/박준동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