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이 급감할 것은 누구나 예상한 일이었지만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여기에 내수와 설비투자까지 위축되면서 올 상반기는 작년 4분기 이상의 경기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말에 내놓은 4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2%인데 -5% 이하로 떨어졌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이처럼 많이 떨어졌으면 올해 초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연간 기준으로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격한 경기침체를 맞아 특단의 대응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재정집행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현 원장은 "수출은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로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내수진작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더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상반기에만 예산의 70%를 집행한다고 하지만 실제 돈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계획이 수립된 사업 예산은 예정보다 더 빨리 집행하고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도 앞당겨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장도 "예산을 내수진작의 불쏘시개로 활용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수요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장률 저하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고용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봉책이기는 하지만 인턴 등 공공영역의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를 가릴 게 아니라 일용직이라도 늘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동철 KDI 연구부장은 "실물경제 위축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른 은행 부실이 커질 때를 대비해 재원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