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험난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LG전자가 휴대전화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들어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는 등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의 영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어 올해의 경우 작년 수준의 매출, 이익 규모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작년 매출.영업익 사상최대..휴대전화 '주역'

22일 공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본사와 해외법인을 통해 연결 기준 49조3천330억원의 매출과 2조1천33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매출(40조8천479억원), 영업이익(1조2천337억원)보다 각각 20.8%, 72% 늘어난 것으로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매출대비 영업이익률도 1년새 3.0%에서 4.3%로 다소 높아졌다.

본사 기준으로는 매출이 23조5천19억원에서 27조6천385억원으로 17.6% 늘어 역시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영업이익도 5천646억원에서 1조2천26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환율.유가가 요동치고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급작스럽게 위축됐던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이같은 '선전'의 1등 공신은 역시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부문의 휴대전화 사업이었다.

LG전자 휴대전화 판매량은 지난해 마침내 1억대를 넘어섰고, 매출(14조5천557억원)과 영업이익(1조6천43억원), 영업이익률(11.0%)이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경쟁사인 모토로라.소니에릭슨이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11%대의 두 자리수 영업이익률은 노키아에 이어 업계 2위 수준이라는 게 LG전자측의 설명이다.

2007년 4천400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TV 등 디지털디스플레이(DD) 부문도 매출이 25.6% 증가하고 406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글로벌 소비 위축의 타격을 일찌감치 작년 연초부터 받기 시작한 가전 등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의 경우 매출은 10.3% 늘었지만 영업손익이 7천171억원에서 -615억원으로 급감했다.

◇ 4분기 수익성 추락..영업익 3분기의 1/5
그러나 글로벌 실물경제 하강이 완연해진 작년 4분기만 보자면 LG전자 역시 고전한 흔적이 역력하다.

4분기 LG전자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천14억원으로, 시장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1천500억원을 밑돌뿐 아니라 3분기(5천705억원)와 비교하면 5분의 1토막에도 못 미쳤다.

본사 기준으로는 아예 4분기 3천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말 재고 소진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판매 단가를 낮춰 통상적으로 4분기 수익성이 연중 가장 낮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수익성 하락 폭이 다소 크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가전 등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TV 등 디지털디스플레이(DD) 부문이 4분기 나란히 각각 615억원,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3분기까지 11.5~13.9%의 두 자릿수를 자랑하던 휴대전화의 영업이익률도 5.2%로 급락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로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휴대전화나 가전 등의 수요가 줄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가격 하락,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올해 매출.이익 '뒷걸음' 가능성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국내외 경기 하강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LG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LG전자측 역시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업계 내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무리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보다는, 경기 침체에 침착히 대응하면서 중장기 성장 기반을 탄탄히 구축한다는 게 올해 사업계획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사업부문별 전망에 따르면, 우선 가전 등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부문의 경우 시장 수요가 작년보다도 줄어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과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수요가 '역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부문 역시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시장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TV 등 디지털디스플레이(DD) 부문의 경우 성장시장 중심으로 염가형, 중소형 평판 TV 수요가 꾸준히 늘어 전체 글로벌 수요는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업체간 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환경이 지난해보다 어려워 올해 매출 등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나 경기 회복기 이후를 내다보고 연구.개발(R&D)과 브랜드, 디자인 등 핵심역량 분야의 투자는 작년보다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