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둔 우체국에 가보니 "불황의 그림자가.."
김-멸치-과일 등 저가 선물은 늘어


"자~, 상도동, 상도동 소포는 3층으로 올리세요."

21일 오전 서울 동작우체국. 오전 5시께 용산 서울우편집중국에서 이곳 우체국 발착장에 도착한 우편물들을 동별로 구분하는 발착팀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앞두고 사과, 배, 김, 굴비 등 각종 소포와 등기우편물이 평소보다 급증한 터라 한시도 숨돌릴 틈이 없어 보였다.

오전 7시께 출근한 집배원들은 각자 배달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자신이 맡은 구역에 보내질 물건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차량에 싣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100여 명의 집배원은 설을 앞두고 하루에 70∼80건을 배달한다고 했는데, 배달 물품 속에는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17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는 허칠성(37) 씨는 분주히 손을 움직이면서 "불경기 때문인지 내가 맡은 구역의 택배 물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갈비나 사골, 굴비 같은 육류와 생선류 선물은 많이 줄었다"며 "대신 저가품인 김과 멸치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옆에서 물건을 싣던 집배원 서모(40) 씨도 "작년에 비해 한우세트나 굴비가 보이지 않는다"며 "5만원 이상의 물품도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예년에는 설을 맞아 직원들에게 단체로 선물을 보내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그런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서 씨의 설명이다.

서 씨는 옆에 있던 과일 상자를 가리키며 "저가 상품과 과일이 주를 이루다 보니 전체 물량은 줄었지만, 부피는 커지고 무거워져서 배달하기에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집배원 이모(41) 씨도 "예년에는 여기(발착장)에 물건이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고 거들었다.

아무리 불경기라고 해도 설 연휴를 앞둔 기간에는 배달 물량이 평소보다 네 배 이상 늘기 때문에 우체국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점심을 챙겨 먹기 어려울 정도로 바빠서 김밥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날도 허다하다.

집배원들은 비록 몸은 힘들고 경기도 좋지 않지만, 선물을 받는 고객들의 기쁜 표정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한다.

5년 차 집배원인 최윤기(25) 씨는 "택배를 받고 고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마음이 흐뭇하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