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가 거의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거대 지분을 확보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전문 포브스가 분석했다.

21일 포브스에 따르면 피아트 최고경영자(CEO)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아주 발빠른 협상력을 발휘,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이끌어 냈다.

피아트는 2004년 미 GM과의 제휴 관계를 청산하면서 GM이 20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만들었고 20억 달러는 피아트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자금원이 됐다.

지금 피아트는 `한 푼 들이지 않고' 크라이슬러의 지분 35%를 확보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돈을 쓸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이슬러는 피아트로부터 소형차 기술을 전수받고 연료 효율성을 높인 자동차의 동력 전달 장치를 공급받으면서 미국을 제외한 여타 시장의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딜러망을 이용, 미국 시장내 소형차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됐으며 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자국 시장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취약점을 타개하면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치오네 CEO는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두 기업의 제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공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는 미 정부로부터 최근 40억 달러를 긴급 대출받아 하루하루 부도 위기 속에서 연명하고 있고 내달 중순이면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제출해야만 한다.

피아트와의 제휴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크라이슬러가 막바지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이며 미 정부가 이를 최종 승인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크라이슬러 CEO 로버트 나델리는 "피아트와의 제휴가 크라이슬러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향상시켜 고객의 신뢰를 얻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자동차 노조는 "자동차 업계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려 있는데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간의 제휴는 미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종업원들에게는 고용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