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발전 기틀 마련…국내외 기업 유치 등은 숙제

문현금융단지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것은 부산이 금융산업을 본격 발전시킬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를 잡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목재와 합판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우리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부산은 70년대 이후 산업구조 개편에 실패함으로써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2000년대 들어 산업구조를 조선 및 기자재, 기계, 자동차부품 등 경쟁력 있는 제조업 위주로 개편하면서 서서히 회복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금융산업과 같은 도시형 서비스 산업이 취약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동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산신항 배후의 강서국제물류산업도시 조성, 북항재개발 사업 등 새로운 성장 축과 지역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항만과 해운관련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금융산업의 발전이 절실한 상태다.

이런 시점에서 문현금융단지가 해양금융과 파생상품에 특화한 금융중심지로 발전할 경우 남부 경제권의 중추관리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부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배영길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금융중심지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련기관 및 기업, 전문가 등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 클러스터"라며 "부산이 미래 목표로 삼고 있는 해외 선진도시들은 모두 글로벌 핵심금융기관들이 모인 금융중심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배 부시장은 "따라서 금융중심지 지정은 부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그동안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본사와 금융관련 공공기관들을 유치하고 문현금융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등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1차 결실을 보게 됐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금융중심지를 통해 지역의 금융산업이 발전하면 강서국제물류산업도시와 북항재개발 사업 등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부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도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해 외국인 투자와 각종 국제회의,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중심지 지정이 이런 것들을 모두 가능하게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시 차원의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법상 금융중심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금융전문 인력양성 등 매우 제한적이며 외국의 금융기관들을 유치하는데 필요한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상반기 중에 정부가 마련한 금융중심지 지정 및 지원기본계획에 문현금융중심지를 명실상부한 동북아 해양금융 및 파생상품 허브로 육성하는데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중심지를 지정한 이상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산시는 제대로 계획을 세워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국제선박거래소와 탄소배출권거래소, 국제수산물거래소 등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부산시는 세계 1위의 조선산업이 배후에 있고 동북아시아 최대 수산물 교역시장, 세계 5위의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여건을 활용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유수의 금융관련 기업 및 기관, 연구소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금융중심지와 경쟁이 벌어질 경우 각종 인프라가 절대 열세인 부산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내외 금융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도 과제로 꼽히고 있다.

부산시는 금융산업육성 조례를 근거로 입지보조금과 고용보조금 등을 자체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것으로는 미흡해 정부차원의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 지정은 이제 부산이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가기 위한 단초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당초 계획한대로 국내외 금융기업 등을 유치하고 해양금융 및 파생상품 특화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정부의 충분한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