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되면서 매각 당사자였던 대우조선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 매각 과정을 거치면서 대우조선의 치부만 모두 드러냈다.

또 세계 3위로 뒤쳐진 대우조선의 재매각이 장기 표류하고 국제 경쟁력이 더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만신창이된 대우조선
이번 대우조선 매각이 진행되면서 대우조선은 드러내지 말아야 할 내부 사정까지 모두 드러냈다.
대우조선의 매각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대우조선과 자회사들의 잠재 부실이 드러난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997년 인수한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가 2004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2년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낸 후 이미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됐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우조선의 키코 피해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자회사와 함께 모회사까지 부실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낮은 수익성과 지체된 투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또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매각을 위한 실사마저 지체되면서 강성노조로 인해 회사 경영이 차질을 빚는 회사로 각인되기도 했다.

문제는 매각 무산 이후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0월부터 단 한 건의 수주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조선시황이 안좋아진 탓이 크지만, 매각 과정이 순조롭지 않게 진행되면서 대외적인 이미지가 실추된 영향도 크다.

특히 이번에 매각 자체가 어그러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대우조선의 위상은 추락할 공산이 커졌다.

이미 2004년 세계 2위이던 대우조선의 연간수주 순위는 올해 3위로 떨어졌으며, 설비투자 규모도 과거 5년동안 삼성중공업의 절반에 가까운 연 2400억원에 그쳤다. 우수 기술인력의 이탈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매각이 끝난 후 새로운 경영진의 등장과 과감한 투자 등을 기대했지만 모든 게 허사가 됐다”며 “앞으로 재매각을 기다리며 회사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매각 장기화될 듯
업계 관계자는 “악화된 조선시황으로 대형 조선사마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마저 불발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대우조선의 이미지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조속한 재매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조속한 재매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탓이다. 향후 재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대우조선 지분 50%의 가치는 3조원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M&A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매각 작업 자체가 최소 2년정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경기 불황을 감안할 때 올해 안으로 입찰을 다시 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장 재입찰에 나서더라도 선뜻 사겠다는 기업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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