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90년대 `0'금리에도 장기 부동화
전문가들 "불확실성 제거만이 해결책"

작년부터 시중자금이 빠른 속도로 단기부동화되고 있으나 기업과 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칫 부동화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990년대 무려 10년 가까이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지속된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만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MMF 눈덩이…100조 돌파후 연일 기록경신 = 21일 자산운용협회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단기자금운용처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잔액은 2007년 내내 50조원대를 유지했으나 미국 베어스턴스 사태가 촉발되기 한 달 전인 작년 2월 60조원대로 불어났다.

이어 작년 5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70조원대로 늘어난 데 이어 금융위기설이 퍼진 같은해 10월 접어들어서는 다시 10조원 정도가 불어난 80조원대로 커졌으며 이후 급격하게 규모가 늘어나 올해 1월8일에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MMF 설정액은 지난 8일 이후 9거래일 연속 100조원대 이상이 유지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해 지난 19일 기준으로 107조6천928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이는 2007년 말 46조7천390억원에 비해 무려 130.41%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유입된 MMF 자금 중에는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미룬 연기금 등의 투자자금 등 일반 법인의 여유자금도 있지만 주로 은행권 자금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미진한 상황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에 열중하고 있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은 꺼린 채 넘치는 자금을 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 일본 90년대 부동화 고착…"신속한 구조조정만이 해결책" = 시중자금의 부동화와 관련해 1990년대 일본의 자금 흐름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시 일본에서는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금리도 `제로(0)'금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거의 10년 가까이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이 일본투자신탁협회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MMF 잔고는 1992년 5월말 현재 1조5천137억엔에 불과했으나 93년 12월 말 현재 11조781억엔으로 늘었으며 이후 급속도로 규모가 커졌다.

95년 말 12조18억엔으로 불어난 MMF 잔고는 97년 12월 말 15조3천615억엔, 99년 12월 말 16조7천908억엔까지 불어났으며 2000년 5월 말에는 무려 21조8천973억엔으로까지 커져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일본의 90년대와 같은 장기화된 부동화 현상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상당 기간 국내 유동성이 특정자산에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단기부동화가 심화되는 것은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칫 투자기업 등이 잘못돼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판단되면 어떤 자금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